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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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6살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렸을적 주일학교를 시작으로 초/중등 시절은 겉으로 보기엔 진정 독실한 신자로 자라왔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기독교 학교(미션스쿨)로 진학하면서 오히려 종교와는 아주 멀어지고 말았다.

고등학교는 기독교 학교답게 수업시간에 성경 과목을 가르쳤고, 그 과목을 가르치는 교목도 계셨다. 아무 생각없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난 성경 수업시간에 기독교의 교리를 배우면서 오히려 점점 혼란스러움을 느꼈고, 점차 종교의 상대성, 비합리성에 눈을 뜨게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중 교목님께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왜 우리는 조상이 지었던 죄에 대해 원죄를 가져야 하죠? 이건 연좌제가 아닌가요?",  "신을 본 사람은 실제 아무도 없는데 왜 존재를 믿어야 하나요?", "왜 반드시 하느님만이 구원인가요? 그럼 다른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았던 사람은 모두 지옥에 떨어지는 것인가요?", "성경 자체가 사람이 쓴 것인데, 어떻게 완전무결할 수가 있죠?" 

 누구나 가질 법한 이러한 질문에 대한 교목의 반응은 "신앙은 머리로 생각하지 마라. 그러한 생각은 사탄이 권세하는 것이다. 더 많이 기도하고 의심하지 말고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성을 무시하고 맹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길 잃은 어린 양'이 되어 버렸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그것이 '길을 잃는 과정'이 아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런 과정을 겪은 나에게 이 책은 가슴 따뜻한 위안을 준다. 여태까지 내가 읽어온 책의 저자 중 가장 명민하다고 인정할만한 이 석학은 그 한치의 허투룸도 없는 논리 정연함으로 신의 부재를 증명하고, 종교의 해악을 일깨우며, 종교와는 별개로 도덕은 존재하며, 인간성은 그 자체로 발현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난 어느 순간 내가 무신론을 지지하고 있음을 깨달았지만 누구에게도 이를 이야기해 본적이 없었다. 주변에 수많은 종교인(물론 그들은 다행히 종교와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실용적인 분들이 대부분이지만..)들 속에서 굳이 나서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무리를 둘 필요는 없었으니까.. 

빨리 어둠에서 벗어나 진리의 길로 나오라는 어른들의 훈계 속에서도 난 그저 '다음에 나갈께요' 하며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신의 존재는 믿지 않더라도 종교가 심리적 위로로서의 그 순기능을 다한다면 그 자체로서 필요악적인 존재이리라 생각하며 넘겨버리는 정도가 다였다. 

저자는 그런 온건한 종교조차 인간의 이성의 발현에 얼마나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지 논리적으로 또한 적절한 예를 통해 실감나게 보여준다. 또한 어린아이에게 종교적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얼마나 온당치 못한 야만적 처사인지 이야기 한다. (가장 동의하는 부분이다. 나 또한 어릴적 받은 종교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으니까.)

종교를 믿으면서도 항상 그 비합리성과 비이성적임에 고민하며, 내 믿음이 모자란것이 아닌가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을 보통의 합리적인 종교인에게 이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순간 여태까지의 그 번뇌야 말로 믿음의 부족이 아닌 자신의 이성이 살아있음의 증표임을 깨달으며, 기독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이성의 강림의 축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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