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얼마 전 퇴직을 하고 한 3개월 원 없이 놀다가 새 직업을 찾았다.
이만큼 살면서 택시도 꽤 타봤지만 택시 기사의 딸이 될 줄은 몰랐다.
아빠는 노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운전대를 잡고 사회의 새로운 자리에서 새롭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그에게 오히려 더 나아 보인다.
이미 독립할 나이가 되어 나도 나만의 삶을 꾸리고
아빠의 직업이나 수입이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기치지 않게 되고
아빠의 딸이 아니라 내 스스로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명함을 갖게 되었어도
이것은 내 삶의 태도를 조금은 바꿔놓았다.
신문의 사회란을 보며 자주 놀란다.
어떤 기사는 분신을 하고 어떤 기사는 동전을 맞는다.
종이 위에서, 옛날에는 활자였을 것들이 지금은 바늘같이 보인다.
점심나절엔 내 사무실 근처를 자주 다닌다고, 이쪽을 문득 올려다 보고
우리 딸 일 잘 하고 있나 생각하곤 한다는 말이 기억나
나도 마음이 답답해져 올 때는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
지나가고 있을까, 이 어딘가를..
삶은 누구에게나 도대체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무겁지 않은가
재미있다고 말했던 것을, 어쩐지 신나보이던 표정을 자꾸 돌이키면서 간신히 위안 삼으면서도
생활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인간을 짓눌러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불쑥 들고 만다.
쉰 줄을 훌쩍 넘는 동안 아빠의 어떤 부분들이 자꾸만 줄어들고
나는 지금이 되어서야 그게 눈에 밟힌다.
그리고 또
곁으로 빈 택시가 지나갈 때마다 어쩐지 오랫동안 운전석을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택시들이 다 아빠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