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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집 근처에는 세 곳의 서점과 두 곳의 중고서점이 있었다. 그 시절 책을 살 수 있는 곳은, 가장 가까운 서점들이었고, 보던 책을 팔 수 있던 곳은 근처의 중고 서점이었으며, 지나간 책이라도 필요하면, 다시 살 수 있는 곳도 중고서점이었다. 하지만 ‘그 서점들’은 이제 그곳에 없다.
그 이유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라졌다기보다, 경제 논리의 냉험함으로 인해, ‘장사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작은 서점은 사라지고, 거대한 대형 서점들은 그들만의 왕국을 세우고 있다(물론 그러한 서점마저도 없다면, 암담하겠지만).
이번에 읽은 책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정진국/생각의 나무)는, 어린 시절의 서점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책마을’이란 낯선 단어를 통해 책과 서점들의 미래비전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우리 일상의 곁에서 ‘작고 아름다운 것’ 이던 전통적인 서점은 이제 풍전등화 밑에 놓여 있다. 세계화라는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에 저항하면서 보다 ‘인간적인’ 생활을 찾는 과정에서 농촌과 서점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났을까?”라고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유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독서운동이 꿈틀대고 있다. 그 주인공들이 아니라면 책이 ‘움직이기’ 어렵다.”라는 평가를 하면서, 바로 그 유럽의 ‘책마을’을 숙련된 요리사가 요리를 하듯이, 맛있는 솜씨로 ‘책마을’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평생 듣지도 못했던 여러 마을들이 등장한다(이 책 덕분에 그나마 이름이라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유럽의 ‘책마을’로 유명한 24개의 마을을 직접 발로 다니며, 그곳의 사람들 그리고 그 ‘책마을’의 형성 배경 그리고 특징들을 아주 정감있으면서도, 필요한 내용들을 걸쭉하게 담아내고 있다.
스위스의 책마을(생피에르 드 클라주, 플랭팔레), 프랑스의 책마을(몽톨리외, 퀴즈리, 몽모리옹, 라 샤리테 쉬르 루아르, 퐁트누아 라 주트, 베슐레, 앙비에를), 벨기에의 책마을(담, 르뒤, 몽스), 룩셈부르크의 책마을(비안덴), 네덜란드의 책마을(브레더보르트), 노르웨이의 책마을(트베어스트란드), 스웨덴의 책마을(멜뢰사), 독일의 책마을(뷘스도르프, 뮐베크, 프리더스도르프), 영국의 책마을(헤이 온 와이, 세드버그, 윅타운), 아일랜드의 책마을(그레그나마나)은 비록 가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 볼 수 있는 여지가 극히 희박함에도, 너무나 친근한 듯 다가온다. 아마도 그 이유는, 책 사이사이에 펼쳐져 있는 사진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기행문 형식으로 책을 전개하면서, 자신이 느낀 책에 대한 소한들, 그리고 마을과 사람들에 대해서 진솔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기행문이라면, 그 글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바로 그 장소에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잘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도 충분히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책을 끝내면서 우리나라의 출판 현상에 대해서, 못내 아쉬움을 피력한다. 그것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나, 고서적과 중고서적들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도 책마을을 만들어 육성 장려하고 있는 유럽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리라...
파주에 출판단지가 들어섰다. 하지만 유럽의 ‘책마을’과는 무척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시골의 어느 마일이 ‘책마을’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북스토리의 불편한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