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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요?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모리스 샌닥 지음, 세실 조슬린 그림,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2월
평점 :
자, 질문을 하나 해보자!
Q. 북극 얼음집에 있는데, 갑자기 하얀 털 코트를 입은 북극곰 아줌마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말문이 턱!하고 막힐 것이다. 북극곰인데 아줌마라고? 이 북극곰이 공격을 한다는 건가? 아님 먹을 것을 달라는 건가? 기상천외한 상황에 쉽사리 대답을 하기 힘들 것이다.
곰곰히 생각하다 다음 페이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모리스 샌닥이 말하는 정답은 바로 "코트 벗는 걸 도와드려요"이다. 뭐라고? 코트 벗는 걸 도와 준다고?!? 엄청 머릿속을 빙글빙글하게 만든 질문의 답이 의외로 넘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에 힘이 쭉 빠지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 그림책의 정체가 뭐야? 하고 표지를 다시 보니 이렇게 써있다. <기발하고 특이한 11가지 상황에 따른 행동 예절> 뭐라고? 예절에 대한 그림책이라고?!? 이 그림책의 정체는 생각지도 못한 데 있었다.
진짜 앞 페이지를 다시보니 어린 신사 숙녀들에게 상황에 맞는 알맞은 행동을 일러주는 유쾌한 예절 안내서라고 되어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림책을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요?>는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오는 반전이 있다. 힘을 잔뜩 주고 있다가 힘을 훅 빼버리며 어이없게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힘을 훅 빼는 평범함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예절이다.
예를 들어, 상황을 한번 보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악당이 나타나 올가미 밧줄을 씌우고는 "꼼짝마, 널 당장 목장으로 끌고 가겠다. 어서 가자"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살금살금 조용히도서관을 나가요"이다. 이런 상황에도 행동 예절이라니! 아이를 보는 악당어른의 표정이 마치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 같다.
또 하나의 상황을 보자.
넌 인디언 추장이다. 카우보이들과 잘 지내려고 그들을 초대했다 .모닥불가에 앉아 돌아가며 평화의 파이프를 빨고 있다. 이제 네 차례인데 그만 연기를 너무 많이 빨아들여서 기침이 나려고 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이쯤 되면 금방 다음 이야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손으로 막고 기침을 해요." 이렇게 보니 예절책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의 상황을 들어보자.
넌 무시무시한 해적이다. 아름다운 아가씨더러 판자 위를 걷게 해서 바다로 떨어트려 죽게 할 참이다. 그런데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던 아가씨가 손수건을 떨어트린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손수건을 주워서 아가씨에게 돌려줘요."이다. 뭐라고? 죽게 만들려던 아가씨의 손수건을 주워준다고? 그런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니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 다음 이야기를 너무도 당연하게 척척 맞추는 것이다. 6살 아이들에게는 이 기상천외한 상황에서도 손수건을 주워주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인가보다. 어른이 내 머릿속은 이런가? 저런가? 여러 생각들로 복잡한데 아이들의 생각은 명쾌하고 단순하다.
가만보니 이 책은 예절책이 맞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그런데, 어른들에게는 단순한 예절책은 아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 그림책이다. 늘 여러 생각으로 머리 아픈 어른들에게 이 책은 무언가 가슴을 탁 치게 만든다. 복잡한 상황도 순수하게 보고 기본에 충실해 명쾌하게 답을 하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이들은 단순한 상황도 꼬고 비틀고 의심하다 답을 내리지 못한다.
북극곰 아줌마는 단순히 털코트를 입고 집에 온 것 뿐이고. 아이는 악당과 도서관을 나갈 뿐이고, 죽음을 앞 둔 여자는 손수건을 떨어트렸을 뿐이다. 어른이와 어린이가 같은 책을 읽으며 다른 생각을 할 뿐이지만, 아무리 복잡한 상황이라도 늘 본질(답)은 단순하다.
* 그림책 읽는 어른이's comment - 세실 조슬린 & 모리스 샌닥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림책은 1962년
초판이 발간돼 아이에게 예절 교육을 위해 읽어주는 어른들이 많다. 그런데 60년 된 예절책이라니! 60년대 예절과 지금의 예절이 다를터인데
꾸준히 읽히고 있는 희한한 그림책이다. (예를 들어 비올 때 고무
신발을 신는 것이 예절로 나온다거나...) 이 책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순식간에 평범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는 반전 웃음에 있다. 다음 페이지가 너무도 궁금해지는
기상천외한 상황의 질문들. 어떻게 해야 할까?는 아이들에게
기발한 상상과 재미있는 예절 교육을, 어른에게는 웃음과 삶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준다.
-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강추하는 그림책!
-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예절 교육과 기발한 상상을는
- 머릿속이 복잡한 어른들에게는 삶에 대한 명쾌한 답을
- 고민으로 밤 잠 못자는 어른이, 깔깔 웃고 싶은 어른이에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