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눈이 춤추고 있었다. 홋카이도를 얼리는 가혹한 한파가 곧바로 남하해서 우리들의 거리에 내려온다.
그것은 눈을 뿌리고 길 위에 얼음 덫을 깔아, 한데 엉켜 미끄러지는 우리를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치지 않도록 재빨리 내가 밑에 깔려도, 누구 한 사람 칭찬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에게 작은 상처 하나 나지 않게 한 걸, 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살아 나가자, 하루.
살다가, 살다가,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별의 말은 소중히 담아 두기로 하자.-3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