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룩셈부르크 몽도르프레뱅의 임시수용소 ˝애시캔 (Ashcan)˝에 미군 소속의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M. 켈리 소령이 부임한다. (포로들은 곧 역사상 첫 국제군사재판이 열린 독일의 뉘른베르크로 이송된다.) 켈리의 임무는 애시캔에 수감된 22명의 최고위급 나치 포로들이 (정신적으로) 온전한지, 재판을 받을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야망은 전범들의 심리를 연구하고 그들을 광기로 몰아넣은 ‘나치 정신‘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밝히고 싶어했다. 1945년 11월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21명의 나치 고위급들은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치 전범들에 대한 정신의학적 평가는 전쟁이 끝나고도 수십년 동안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는 나치 지도자였던 수감자들에게서 공통된 결함, 즉 악행을 서슴지 않는 성향의 흔적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들의 행동을 설명할 공통된 정신질환이나 정신의학적 원인이 있었을까? 그들의 끔찍한 범죄를 설명해 줄 ‘나치 성격‘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켈리는 그 답을 밝혀내려 했다. (P.44) 그는 이렇게 적었다. ˝광기는 나치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도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환경이 빚어낸 산물이었고, 동시에 대부분의 인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기 환경을 만들어 낸 존재였다.˝ (P.217)나치 ˝병균˝은 없었다.역사상 유례없는 끔찍한 학살을 지시하고 묵인한 전범들이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사랑하고 농담을 즐기며 때로는 의기소침한 모습도 보이는, 평범한(?) 인물들이었다는 것이 켈리의 결론이었고 이것은 이후 그의 삶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임상치료에 전념하던 정신과 의사는 범죄학으로 관심을 돌리고 자신 또한 극한으로 몰아간다. 그가 들여다 보던 심연이 그의 심연을 깨운 것이다. 야심만만하고 자기중심적이었던 켈리는 그가 면담했던 나치 독일의 2인자 헤르만 괴링과 많은 면에서 닮아있었다. 괴링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떠올렸을까? 지적인 능력이 뒷받침된 이성적인 사고를 강조했던 켈리의 삶이 자신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간 것 또한 아이러니 하다. 켈리의 말처럼 인간은 환경이 빚어낸 산물이자, 자신의 환경을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이 책 읽고 넷플릭스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있다. 이 글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연말에 개봉한다고 하니 많관부(?) +) 넷플릭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