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좋든 말든 누가 상관하는가? 그건 좋을 필요가 없다. 그냥 있기만 하면 된다, 당신이 퇴고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는 이야기를 시작할 아이디어가 필요하지 않다. 그냥 하나의 문장이 필요할 뿐이다. - P185

일부 독자는 (톨스토이를 포함해서) <사랑스러운 사람>을 여자에 관한 이야기로 만들려 했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거나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남자에게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끌어오는 굴종하는 여자의 유형에 관한 논평으로. 나는 이런한 관점이 이 단편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은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어떤 경향, 사랑을 누군가와의 ‘완전한 소통 상태‘라기보다는 ‘완전한 흡수 상태‘라고 오해하는 경향에 관한 이야기다. 올렌카가 남자일 수도 있었을까? 물론이다. - P249

우리 마음으로 만드는 세계 외에 세계는 없으며, 마음의 성향이 우리가 보는 세계의 유형을 결정한다 - P443

인생에서 끔찍한 일은 어딘가 막후에서 벌어지니까. 모든 것은 평화롭고 고요하며 오직 말 없는 통계만이 이의를 제기하지요. 아주 많은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고 아주 많은 보드카를 마셨고 아주 많은 아이가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하지만 이런 상태는 분명히 불가피하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 말없이 그들의 짐을 져주고 있어 편안한 거잖소. 이런 침묵이 없다면 행복은 불가능할 거요. - P503

살아 있는 것은 어렵다. 산다는 불안 때문에 우리는 판단하고, 확신하고, 입장을 가지고, 분명하게 결정하고 싶어 한다. 고정되고 엄격한 믿음의 체계를 갖는 것은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 P527

하지만 나는 동시에, 특히 나이가 들면서 우리가 기대를 낮추어야 한다고 믿는다. 소설이 하는 일을 과대평가하거나 지나치게 찬양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우리는 소설이 뭔가 특별한 일을 한다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중략) 바꿔 말하면 우리가 가두 연단에 올라가 소설 찬가를 부르고 소설이 모든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지 설명할 때마다 우리는 사실 소설이 무엇이든 자기가 되고 싶은 것(변태적이고, 모순적이고, 경박하고, 불쾌하고, 쓸모없고, 소수를 제외한 누구도 읽기 어렵고 등등)이 될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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