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이런 문장을 암송하여 내 마음을 안정시킨다. 내 콤플렉스는 얼굴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보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바와 다르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 나는 내 자리에 있다. - P66
나는 내 남편을 안다. 그의 안목이 예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에게 통찰력이 있고 그의 연상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가 어떤 사람을 한두 마디 말로 쉽게 크로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남자는 내가 한낱 귤이라고 생각한다. - P85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면 그 사람을 초조하게 기다리기 마련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그에게 의존한다는 것이고 그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뜻일까? 다른 여자와 결혼했기 때문에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절대로 전화를 받지 않는 남자, 성탄 전야나 여름 휴가 중에는 연락할 필요가 없는 유부남, 뜨거운 사랑은 그런 사람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열렬한 사랑은 전화기 앞의 수동적인 기다림에서 생겨나고, 그가 침대 위에서 어떤지 아는 사람에 대한 질투나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처지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혼외정사를 하는 연인들이건, 멀리 떨어진 채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건, 이제는 사랑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건,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은 불안의 문제도 아니었고 기다림의 문제도 아니었다고, 규칙성과 상호성은 사랑의 강도를 전혀 변화시키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이런 말도 하고 싶다. 열렬한 사랑은 한 가정의 안정성 속에서 성장할 수도 있고, 귀가 시간의 정확성과 애착의 확실성과 일상의 반복성 속에서 자라날 수도 있다고. 또 나는 이런 말도 들려주고 싶다. 심장은 시간을 정해 놓고 사는 규칙적인 삶 속에서 빠르게 뛸 수도 있다고 말이다. (P. 116-117) - P115
만약 내가 페드르에게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나는 슬플 이유가 전혀 없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가 왜 우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면,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남편이 나를 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황폐하다고? 내 남편이 라사냐를 시켰기 때문에 내 가슴이 무너진다고? 내 남편이 거액의 팁을 주고 왔기 때문에 내가 눈물짓는다고? 따지고 보면 내 눈물에는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다. - P127
역설적이게도, 나는 우리가 막 만나기 시작했던 그 때에 더 마음이 편했다. 당시에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은 더 순수했다. 왜냐하면 그 무엇도 그를 내 곁에 붙들어두지 않았으니까. 자금 나는 이곳저곳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결혼을 사랑의 궁극적인 증거로 여기며 기다리는 모든 여자에게 말하고 싶다. 결혼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만약 당신 남편이 어느 여자 동료와 몰래 바람을 피우고도 당신에게 고백하지 않는 것은 그저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 P331
이제 끝장이다. 내 결혼이 무너진다. 이건 실패이다(이별이란 언제나 실패가 아니던가).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여자의 삶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내려야 하는 결정을 한 것이니까 말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때가 되면 사랑하느냐와 사랑받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랑을 서로 대등하게 주고받는 부부는 세상에 없다. 서로에게 사랑을 대등하게 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사랑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받는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주는 사람이 될 것인지. - P334
만약 내가 사랑하는 쪽보다 사랑받는 쪽을 선택했다면, 아마도 나는 훌륭한 어머니가 되었을 것이고, 마음을 크고 넓게 쓰면서 아름다운 우정을 가꾸고 경력에 대해 진정한 야심을 품는 사람이 되기도 했으리라.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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