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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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이지만 대화체가 하나도 없는, 작가가 주인공인 제롬과 실비를 관찰하며 쓴 관찰일기 같기도 한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 관찰이라는 것이 적잖이 객관적이어서 가끔 뼈를 맞은 듯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내 얘기인가) 예를들면 ‘시간이 그들은 대신해 선택해 주었다.‘ (P. 31) 같은...
나 조르주 페렉 좋아하네.

임시방편인 상태가 현재를 완전히 지배했다. 기적만 바랄 뿐이었다. 건축가, 인테리어업자, 미장공, 배관공, 카펫업자, 페이트공을 부른 다름 자신들은 유람선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돌아와서는 완전히 새롭게 정돈되고 변신한 아파트, 믿을 수 없을 만큼 넓어져 이상적으로 변신한 아파트, 꼼꼼하게 신경 쓴 구석구석, 접이식 칸막이, 미닫이문, 눈에 띄지 않게 제작된 효율 좋은 난방 기구, 감쪽같이 감춰진 전기 시설, 고급스러운 가구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달콤하게 빠져드는 부푼 몽상과 달리 실제로, 그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객관적 필요와 재정 상태의 절충을 꾀한 어떤 이성적 계획도 끼어들지 못했다. 무한한 욕망만이 그들을 압도했다. (P. 26-27) - P26

대부분의 동료들처럼 제롬과 실비도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해 사회심리 조사원이 되었다. 제멋대로 흐르게 놔둔 시큰둥한 성향이 어디로 자신들을 이끌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그들을 대신해 선택해 주었다. 물론,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에 온전히 자신을 바치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천직이라 부르는 내부의 강력한 이끌림을 느끼며, 그들을 뒤흔들 만한 야망, 충만케 해줄 열정을 느끼며 자신을 쏟아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단 하나만을 알았다. 더 잘살고 싶다, 이 욕망이 그들을 소진했다. (P. 31-32) - P31

하나둘씩 차례로 거의 모든 친구들이 항복해 갔다.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삶에서 안정을 찾아 떠났다. ‘우리 이제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어.‘ 라고 말했다. ‘이렇게‘ 라는 말은 모호한 동시에 계획성 없는 삶, 너무 짧은 밤, 얼간이, 낡아빠진 재킷, 지겨운 일, 지하철과 같은 말들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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