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는 각 성이 걸치고 돌아다니는 문화적 외투와 같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관련이 있는데, 그러한 기대는 사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일부 정의는 이보다 더 급진적인데, 젠더의 본질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의들에서는 젠더를 생물학적 성과는 완전히 별개인 임의적 구성물로 본다. 말하자면, 외투가 혼자서 스스로 돌아다니는데, 그것을 어떻게 꾸미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 P74
젠더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젠더는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권장하는 성 역할과 각 개인이 그것을 표현하고 그것과 일치하는 정도와 관련이 있다. 젠더에 적절할 용어는 ‘남성male‘과 ‘여성female‘이 아니라 ‘남성스러움masculine‘과 ‘여성스러움feminine‘이다. 이 용어들은 쉽게 분류하기 힘든 사회적 태도와 경향을 가리킨다. 이것들은 흔히 서로 섞여 양쪽 측면이 한 사람에게서 표출되기도 한다. - P88
600만 년 전에 일어난 일은 사람의 진화 이야기에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유인원 조상이 오늘날의 침팬지와 생김새와 행동이 비슷했다고 상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다. 숲에서는 화석화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조상 호미니드의 존재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 P180
진화가 주로 남성 계통을 통해 일어났다는 미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류의 선사 시대에 관한 책을 아무거나 집어들고 펼쳐보면, 남성은 전쟁을 일으키고, 불을 피우고, 큰 짐승을 사냥하고, 오두막집을 짓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반면, 여성과 아이들은 겁에 질려 옹송그리며 모여 있는 그림들을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지만, 왜 항상 남성이 이야기의 주인공일까? 여성은 우리 종의 성공에 기여하지 않았단 말인가? - P208
진화에서 말하는 적합도fitness 개념을 ‘피트니스 운동‘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개인의 신체적 적합성과 혼동하면 안 된다. 적합도는 가장 높이 점프를 하거나 가장 빨리 달리는 능력하고는 상관이 없다. 생물학에서 적합도는 생존과 번식의 성공률로 정의한다. 그것은 뛰어난 면역계나 좋은 시력, 더 나은 위장 능력, 큰 폐 혹은 그 밖의 유리한 특성에서 나올 수 있다. 적합도는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유전적 기여로 측정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한 성의 전체 구성원이 다른 성의 전체 구성원보다 적합도가 더 높은 수가 없다. 두 성의 적합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 P209
성 선택은 생존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잠재적 배우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특성을 선호한다. 수컷 공작의 꽁지깃과 수컷 바우어새의 멋진 둥지, 수사슴의 정교한 뿔처럼 수컷의 화려한 장식물과 행동이 그런 예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눈길을 끌긴 하지만, 그 동물의 생존에는 불리하다. 그런데도 유전자 풀에 계속 남는 이유는 오로지 암컷들이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암컷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꽁지깃의 화려함이 다른 수컷에 미치지 못하거나 멋진 노래나 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수컷은 암컷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 암컷 바우어새는 경쟁 상품들을 비교하며 돌아다니는데, 자기 구역의 많은 둥지들을 둘러보면서 적절한 수컷을 선택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중 많은 것은 암컷의 취향 때문에 존재한다. - P221
유성 생식은 10억 년도 더 전에 식물과 동물 모두에서 진화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일어났으므로, 우리가 유성 생식에 대해 아는 지식 중 대부분은 우리 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유전의 법칙은 실레시아에서 완두를 키우던 수도사가 발견했다. 양 부모가 모두 생식에 기여하면, 새로운 세대마다 유전자 조합이 뒤섞이면서 각 세대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갖게 되어 변화하는 환경과 새로운 질병에 대처할 수 있다. 유성 생식은 우리를 유전적으로 유연하게 만든다. (P.242-243)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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