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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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모습이건 긍정적인 모습이건 결국 한 사람, 한 남자, 한 아버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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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큐의 경제학 - 9판
그레고리 맨큐 지음, 김경환 & 김종석 옮김 / Cengage Learning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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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아무래도 전공 서적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도 있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선사하는 압박감이 무척 큰 편입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서적들과 다르게 쉬운 독서 과정을 바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처음 이 도서를 선택했을 때의 분명한 목적의식을 잊지 않는 것이 필수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와는 다르게 다행히 일반적인 전공 서적과는, 일반적인 서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풍겼습니다. 먼저 페이지 수 설정에서부터 그랬습니다. 전체 페이지 수에 포함되지 않은 저자, 역자의 서문이 포함된 여러 내용은 따로 로마자로 표기하면서 본문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효율성적인 측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 읽지 않아도 무방한 부분이었고, 시작되지도 않은 본문에 당연히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 페이지는 당연히 증가했지만, 처음부터 보여주는 이러한 모습이 도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들이 해당 도서가 쉽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론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집중력이 심하게 흐트러지기도 했습니다.

내용들을 돌아보면 서론과 1장을 통해 전체적인 기본원리와 구성 등 토대가 되는 내용들을 소개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들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조금씩 틀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이 서론이 가장 중요도가 높게 느껴졌습니다.

매 장 '1장에서 소개한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 중에...'라며 언급했고, 이 때문에 그 장을 매번 다시 보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인지시키고자 한 것 같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계산식이 나오는 내용들과 결과에서 이야기하는, 혹은 직접적인 경제 분야에 대한 연관성이 약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를 풀어내며 이해도를 높인다기보다는, 이런 식이니까 일단 외우라고 하는 강압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끄러운 연결이 아닌 단절되는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물론 모든 부분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따금 느껴지는 이런 느낌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고, 정확한 이해를 위해 조금 더 많은 예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는 비전공자 입장에서의 필요성일지도 모르지만, 다시 말하면 범용성의 부족처럼 느껴졌습니다.

거기다가 이러한 계산과 관련된 내용들은 실질적인 이론에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무척 딱딱한 편입니다. 그것이 불친절함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문제를 내지만 답만 알려주거나 때로는 답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설이나 답이 없기 때문에 다시 앞부분의 설명을 읽으며 반복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해도는 높아졌고,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몇 번을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전개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찬성과 반대 입장을 보여주는 토론에 다다릅니다. 교차로 전개되는 내용들은 여러 논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에 대한 전반적인 요약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 보아왔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것이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제대로 이해했는가에 대해서는 도서를 읽는 이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분명한 결괏값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함에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익숙함과는 별개로 본문이 끝난 뒤 등장하는 부록은 효용가치를 논하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자료였음에도 이미 본문을 다 읽은 상태에서 접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비교가 가능하게 그때그때 내용을 추가했다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원작자가 넣은 내용들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한 선택일 수 있었겠지만 보는 대상자들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유도리를 발휘했으면 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있는 용어 설명과 찾아보기는 색인 역할을 톡톡히 해서 다시 보고 싶은 내용이나 부족한 부분들을 되짚어 볼 때 유용했습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딱딱하고 무거웠지만 그 안에서 효용성 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거움은 쉽게 완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이론과 계산식만이 아닌 다른 요소들을 다양하게 추가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는 삽화는 풍자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지만, 적절하게 배치되었습니다. 이러한 삽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유머러스함이 곳곳에 있었고, 예시를 사용할 때 흥미를 돋우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흐름에 익숙해지는 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활용되는 예시에 따라 삽입되는 이미지는 천차만별로 달라졌으며, 익숙한 영화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화의 명대사를 우스꽝스럽게 경제 용어와 혼합하기도 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뉴스 속의 경제학, 전문가들에게 묻는다'까지 함께 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여러 장,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과 과거의 이야기를 비롯해 유명 영화나 흥미를 끄는 요소들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는 집중도를 유지하는 역할은 했지만 정작 이해를 제대로 돕게 했는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하나의 토막 코너처럼 느껴졌습니다.

'뉴스 속의 경제학'은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도 보다는 경제학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요소들보다 강력하게 해당 도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뉴스나 신문 등에서 이야기하는 경제는 생각보다 많았고, 다소 딱딱했지만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에게 묻는다'는 사실 크게 와닿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인 이해도가 부족한데 그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달라질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답변 자체가 별로 중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부족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내용들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중요도가 높거나 정의를 포함한 부분에서는 따로 페이지 내에 요약했고, 일정 부분 정리까지 해가며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챕터마다 등장하는 짧은 퀴즈가 나름의 복습을 도왔습니다.

이처럼 이런 여러 시도는 전체적인 압박감에 비하면 미미했지만 소소한 위로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독서를 이어 나갈 자신감은 매우 자주, 계속해서 사라지곤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했지만, 부족했습니다. 그럴 때는 이따금 마지막에 배치된 결과 부분을 먼저 읽은 뒤 거꾸로 구체적인 내용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함께 포함된 내용 중 중요 개념은 페이지를 따로 표시했기 때문에 다시 살펴보기 쉬운 구성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채 결과 부분에 요약되어 있어서 이해를 위해서는 꼭 상세 내용을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결국 같은 분량을 봐야 하지만 이런 순서의 변화가 이따금 필요했습니다. 물론 바로 이어지는 복습 문제와 응용문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답이 따로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앞서 공부했던 부분들을 짧게나마 돌아보는 효과만 있을 뿐 정확한 개념을 짚어나가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본문의 중간중간 나오는 연습문제만 보더라도 얼핏 이해한 것 같았지만, 비가 내리는 결과물이 이어졌기 때문에 완벽하게 개념을 잡고 공부하려는 접근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 상태로 복습, 응용문제는 더 큰 산처럼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도서를 모두 읽는다고 해서 경제학자가 되는 것도,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 내용들을 모른다고 살아가는데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저 경제학 용어들을 훨씬 익숙하게 만들어줄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할 것이며, 그런 익숙함이 유연성을 선사할 것입니다. 물론 내용들을 전부 이해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차피 욕심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느낌은 비전공자 입장에서 바라본 경제학 원론 서적의 느낌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 독서에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계속해서 스스로 되묻기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경제학과 친해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그렇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이론들의 나열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만약, 경제학의 기본개념과 이론을 봐야 한다면, 이 도서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끝을 냈고, 이전 전공 서적에서 느꼈던 딱딱함과 비교하면, 나름 부드럽고 유연성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필독서는 아니겠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이론을 이해하기엔 적합한 도서인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 말도 되지 않게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에 시작부터 겁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공 서적이 주는 압박감도 있지만, 경제학이라는 다소 어려운 분야라는 특수성도 한몫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유머러스함으로 풀려는 시도가 곳곳에 보이고, 흐트러진 집중력을 보완하기 위해 넣은 요소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것들이 모두 효과가 있었는지는 무조건 긍정적인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분명 분위기를 환기하는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 이론서이기 때문에 실생활에 대한 접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화를 할 정도로, 경제학은 실생활과 접목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들만 가지고선 특별하게 적용할 요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낯설었던 경제학 용어들이 친숙하게 다가오고, 이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럽게 뉴스나 신문을 보기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어쩌면 거기서 발생하는 유연함이 해당 도서의 진정한 가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국내 정세 위주가 아닌 미국을 기준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물론 본문이 끝나고 부록으로 국내의 통계 자료가 삽입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끝난 뒤라서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원작자의 본문 내용을 다소 침해하더라도 함께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다소 불친절한 전개 때문에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챕터마다 나오는 연습문제는 정답만 나오고 특별한 해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결과 부분에 나오는 복습 문제와 응용문제는 정답이 나와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다시 한번 앞선 이론들을 살펴보고, 계속 고민하게 되면서 오히려 이해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문제 해설책을 사야 한다고 필요성을 느낀다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총 평

원론서가 주는 압박감, 분량이 주는 자연스러운 피로도를 조금 완화하는 여러 시도가 엿보이는, 전공서이지만 전공서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해당 도서는 전체적으로 이론에 입각한 기본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나갑니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전문가가 될 수 없지만, 나름의 익숙함을 통해 유연성을 습득할 수 있으며, 정답을 제시하지 않거나 해설을 따로 하지 않아 이해도를 더 높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시 한번 읽어볼 용기가 쉽게 날 수 없는 도서이지만, 전공서가 갖는 딱딱함은 훨씬 적기 때문에 딱 한 번 이론을 공부하고 싶다면 선뜻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7 구성 7 재미 5 재독성 4 표현력 7 가독성 7 평균 6.16)

전공서는 전공서지만, 만약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고를 전공서.


감상자(鑑賞者)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95561017

이 모형은 단순화되어 실체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실체와 다른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비현실적인 단순성 때문에 인체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24

그래프만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완벽한 요령은 없다. 그러나 라이터가 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누락변수)과 미니밴이 아기를 낳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뒤바뀐 인과관계)만 기억한다면 잘못된 경제적 주장을 전개하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 P55

마지막으로 탄력적인 수요곡선과 비탄력적인 수요곡선을 기억하는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그림 (a)와 같은 비탄력적인(Inelastic) 곡선은 영어의 I 자를 닮았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 볼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 P109

앵무새도 ‘수요와 공급‘이라고 말하는 법만 배우면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4, 5장을 통해 여러분은 이러한 농담이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 P125

이런 현상을 외부효과(externalities)라고 한다. 외부효과가 존재할 경우 경제적 후생은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와 생산자의 비용 외에 다른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나 생산자는 소비량이나 생산량을 결정할 때 이러한 외부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점에서 시장균형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 P175

이런 의미에서 자유무역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가? 현실적으로 패자에 대한 보상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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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큐의 경제학 - 9판
그레고리 맨큐 지음, 김경환 & 김종석 옮김 / Cengage Learning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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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서는 전공서지만, 만약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고를 전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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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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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어딘지 알 수 없는 흐릿한 느낌의 하늘을 담은 표지의 그림은 여러 행성이나 태양처럼 보이는 구체들이 떠 있었습니다. 이는 영상화된 우주 배경의 영화들과 닮아 있었으며, 해당 도서가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인 SF 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딘지 친근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기에 어딘지 모호한 느낌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표지를 시작으로 이어질 내용들이 궁금하게 만들었고,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를 읽는듯한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지금보다 150년은 뒤의 세계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는 분리된 다른 장소를 보여주는 배경을 담고 있는, 편지라는 형태로 소개하는 듯한 초대장을 낭독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저자가 보여주고픈 세상으로의 초대장처럼 느껴졌으며, 앞으로 펼쳐진 이야기들이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리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SF 세상으로의 초대가 아닌 감성적인 세상으로의 초대를 받았다는 것으로 인지했고, 묘한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해당 도서가 소설집이기에 보여주는 시대적, 장소적 배경이 계속해서 바뀌어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바깥에서 시작해 뚜렷하게 분리된 지구의 사회, 다시 외국을 거친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는 미래를, 또 다른 현재를, 더 나아가 우리들 틈에 섞여 있는 다른 지적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어쩌면 아예 다른 행성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 복잡한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풀어냈고, 흥미와 매력을 충분히 유발하도록 하는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정류장에서의 대화는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습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가져야 했을 마음가짐 등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녀와 같은 입장일 때, 그의 말처럼 쉽게 포기하고 잊을 수 있을지의 물음에서 시작된 그 말들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 결국 가져본 적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일 수도 있고, 아직 고향이 되지 못한 그곳을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런 흥미로운 전개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해'라는 개념은 다소 쉽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 환경, 문화, 경험, 시대,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저 유추할 뿐이며, 타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타인에 대한 이해는 일부의 공감인 것 같습니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을 아는 것이지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어쩐지 그 가운데 '유사한'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공유하는 유사한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저자는 그런 부분들을 다소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자신만의 감정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갔고, 우리들의 정서에 맞게 잘 풀어 나갔지만 자신만의 시선에 갇힌 듯 보였습니다. 그저 남을 이해하고 싶다는, 알고 싶다는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각 내용들은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다른 우주, 다른 지구, 다른 대륙, 다른 국가를 담아내고 다른 시간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내용들은 서로 유사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지속적인 '이해'는 각 내용들을 강제적으로 묶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각 이야기들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사실들이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혹은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시간 관계없이 엮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각자를 살아가는 어떤 존재가 분명 있습니다. 그들을 창조해낸 이가 있지만, 창조 뒤에는 자연스럽게 살아가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창조해낸 이가 절대자로 권력을 휘두르며, 그들을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한다면, 아무런 특별함을 갖추지 못한, 그저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꼭두각시 인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모든 내용들은 허구라는 틀에 갇혀 활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마치 그들을 타인처럼, 자신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거기서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은 채 '이해할 수 있었다' 말해선 안됐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의도가 더욱더 불분명하게 느껴졌고, 후반에 이르러 완벽하지 못한 세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고 싶었던 욕심이 만들어낸 촌극으로 느껴졌습니다.

분명 매력적이고 뛰어난 문장이 있고,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어휘를 선택했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체에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편협한 시야를 드러내고, 오만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부분들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것들을 표현할 때, '어느 정도'나 '약간' 등의 유연함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쉬운 점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들이 많아서 새로움이 다소 떨어집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익숙한 정서에 맞게 잘 꾸려나가기는 했지만, 설정 자체는 크게 새롭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보다는 감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듯하며, 감정을 더 많이 담아낸 것 같습니다.

  • 지나치게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말하는 시선이 다소 편협하게 느껴졌습니다.

타인을 온전히 알고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해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면, 더 부드럽고 탄탄한 감정들이 올곧이 전달됐을 것 같습니다.


총 평

나쁘지 않은 시작을 통해 초대장을 날렸으나, 새롭지 못한 설정들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다지만, 그것을 진즉에 포기하고 감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공감을 넘어선 이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 보였습니다. 타인을 온전히 아는 것에 대한 지나친 확신이 느껴졌으며, 그 편협함에 다소 사로잡힌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혹은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는 식의 유연함이 있었다면, 보여주고자 하는 배경과 감정적인 면들을 더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스스로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듯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4 구성 6 재미 7 재독성 5 표현력 7 가독성 7 평균 6)

다소 익숙한 배경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려는 좋은 시도가 편협함에 갇혀버린 아쉬움.


감상자(鑑賞者)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93093379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P54

하지만 희진은 이해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루이의 연속성을, 분절되지 않은 루이의 존재를. - P91

행성 연작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종류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류드밀라의 행성을 볼 때 사람들은 무언가 놓고 온 것, 아주 오래되고 아득한 것, 떠나온 것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모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 P104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했지."
"바꿔 말하면, 언제가 되어도 떠날 기약이 없다는 말이죠." - P172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의미가 있나? - P181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 P181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 P182

나는 순간 보현을 위로할 수 있는 어떤 언어도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가슴속에서 빠져나가버린 듯 싸늘했고, 나는 그게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감각임을 알았다.
그제야 어설프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P218

"이제······."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 P271

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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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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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익숙한 배경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려는 좋은 시도가 편협함에 갇혀버린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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