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 - 기후 위기와 지리 발견의 첫걸음 5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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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감상평]

기후위기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은 있지만 정확하게 그게 지구와 생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특히나 추천하고픈,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

[책 소개 및 선정 사유]

아이들에게서 기후위기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면, 과연 내가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 혹은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는 데 놀라곤 한다. 어른들이 더 그렇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는 어른들의 그것보다 열심, 그리고 성실하다고 느껴진다. 자기가 배운 것의 중요성을 잘 알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이제껏 그 심각성에 대해 몰라왔던 사람들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그 사람들이 자기들의 의견을 바꿀 의지가 전무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고 자기네들은 무지한 상태로 남아 살기를 바라마지않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 나서서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문제는 한명부터 바뀌어 나가야 언젠가 해결 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으며, 한명만 바뀌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 우리가 반드시 해야하는 과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은, 단순히 자료를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나의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단순히 뉴스기사를 읽고 아는 것 이상으로 깊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판단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발화 대상이 학생이나 어린 아이라면. 그래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여기엔 나 스스로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도 작용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단순히 기후위기라는 재난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뉴스를 찾아 읽는 것 말고도, 행동으로 이어지든 아니면 회의감으로 그치고 말든, 소위 말하는 '많관부' 이상의 단계까지 내가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마음도 있었다. 모든 것은 관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런 이유에서 나는 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삼았을 이 책을, 직접 읽어보겠다고 번쩍 손을 들었다.

[책의 구성과 장점에 대하여]

여우원숭이, 고양이, 바다거북, 가젤, 순록, 토끼, 박쥐

각 동물들이 한 챕터씩을 주도한다.

숲, 산호 등등을 소재로, 그러니까 인간이 가속화한 기후위기가 초래한 결과에 관해 이야기한다.

  1. 친절하고 직관적인 설명, 실제 지리 교실에 앉아있는 듯 생생하며, 쉽고 재밌게 전달되는 이야기.

서술 방식은 교실 속 강의를 그대로 책 속으로 옮겨다 놓은 듯,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려는 선생님의 화법을 차용하고 있다. 저자가 현직 교사라는 건,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저자 설명을 읽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직 교사가 지은 책이 장점이 되는 또 한가지 이유. 교과과정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저자는 학생들이 기본 상식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 그러니까 사막화나 산호초가 사라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교과과정에서 쉽게 접하는 내용을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면 한국지리, 세계지리,세계사, 지질학(? 이런게 이과과목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없을듯) 등의 정규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이 책 곳곳에 숨어있다. 그래서 공부하느라 바쁜 중-고등학생들에게 '사탐과목이랑 관련있으니 한번 읽어봐'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단어들, 이를테면 '보고'나 '난민'과 같은 단어가 등장할 때면, 저자는 풀어놓았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따리를 잠시 여미고, 그 단어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푼다.

독자가 잘 알지 못할 수 있는 배경지식적인 부분, 예를 들면 남반구의 계절은 북반구와 상반된 시기에 찾아온다는 사실도 한번씩 짚고 넘어간다.

그런가하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어떻게 하면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도 함께 알려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결코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거나, 몰입감을 해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아마도 저자가 숙련된 교육자이자 솜씨좋은 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2. 자료의 적절한 배치와 활용

사진과 지도와 같은 그림자료도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통계자료도 마찬가지다.

보르네오 섬의 팜 열대림 파괴 및 기름야자나무숲 조성 현장을 비춰주는 위성사진.

무분별한 벌목과 단일종(기름야자나무 등)으로 인위적인 숲을 조성하는 게 왜 위험한 일인지에 대한 설명을 쭉 읽어나가다가 맞닥뜨린 사진자료다.

어째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티슈뿐만 아니라, 펄프로 만든 휴지도 아껴써야 하는지,

수익을 추구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가 어떤 파괴로 이어지는지,

사진을 보는 순간 그 필요성을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나 할까?

시각적인 자료, 정확한 수치의 제시는 종종 이해를 한차원 높은 경지에 데려다 놓는다. 



3. 배운 것들을 연결지어 보 사고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리적 사고의 힘' 그리고 '기후토론' 파트

이 두 단원은 각 장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학생들이 학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 +1 (><)

1장의 기후토론 파트에서는 '열대림을 보존해야 할까?'라는 물음으로 찬반에서 나올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보면 알겠지만, 반대편에서 제시하는 근거는 모두 경제적 이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 스스로 경제적 이유 말고 다른 게 있나? 생각해봤지만 없는 것 같다...

그동안 경제적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모든 이유를 깡그리 무시해왔을 정도로,

인간에게 경제적 동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고 슬펐다.



 


[잡담]

+

아, 이 책을 펼쳤던 지난 7월 10일 월요일이다.

뉴스에서 최근 해수욕장에 상어가 거듭 출몰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상황이 얼마나 심긱한지, 특집기사로 꽤 오래 다루었다.

기자는 상어가 아열대 기후에서 자주 출몰한다며, 7-8월 수온이 올라갈수록 더 자주 출연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했다.

해수욕의 계절, 인간이 기후 변화에 일조했고, 그 결과는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책에 수록된 기후지도에서 한반도는 녹색으로 칠해져 있지만,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올 무렵엔 산호색으로 칠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요 며칠 장맛비도 우기처럼 내렸고... 정말이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변화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서둘러 바꿔나가야 할텐데 ㅠ ㅠ​

+

더글라스 애덤스의 '마지막 기회라니'가 떠올랐다.

마다가스카르섬까지 원숭이를 보러 떠나는 우리의 용감한 더글라스 애덤스.

절판되어 중고 책값이 3만원부터 시작하는 희귀한 책.

새삼 얼른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유머러스한 글인지, 분명 슬픈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데 말이지.

재밌는 부분만 쏙쏙 발췌한 다른 블로거님의 글을 아래에 첨부한다.)

[총평]

좋은 기획과 구성.

창비의 '발견의 첫걸음' 시리즈가 모두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려나?

만약 내가 학부모라면. 이 시리즈를 내 아이에게 읽도록 적극적으로 권할 것 같다.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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