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리커버)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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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셋째 날 오후, 너는 제주공항에 내려 102번 버스를 탄다."(8쪽)

소설의 미덕은 흔히 간접체험(경험)이라고 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 인물의 상황을 보고 다른 존재가 되어보는 것이다. 다른 존재가 되어 생각해보고 혼자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일종의 몰입이자 사고실험이다. <오로라>는 독특하게 2인칭을 쓴다. 2인칭 소설은 <엄마를 부탁해> 이후 오랜만이다.

위에 인용한 문장을 보자. '너'라는 단어를 보며 읽고 있는 주체, 즉 독자 자신을 호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하지만 왜 그래야하는가. 좀더 적극적으로 '너'가 되어보자. 제주공항에 내려 102번 버스를 타는 나를 상상해보자. 보이는 풍경은 어떻고 귀밑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은 어떠하며, 코를 간질이는 냄새는 무엇인지를 머리 속에 쌓아왔던 데이터들을 끄집어내보자.

때론 문장과 부딪히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좀처럼 몰입되지 않고 그래서 상상할 수 없는 지점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되어 보기'에서 이런 상황을 '견뎌 보기'로 전환된다. 이것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다. 나로 읽고 있으나 내가 되지 못하는 경험. 나를 자꾸 튕겨내려고 하지만 버티고 참아보는 흥분.

<오로라>를 읽는 독자는 '너'가 되고, 너는 오로라가 된다. 오로라가 아니지만, 아니어서 너는 오로라가 될 수 있기도 한다. 새로운 긴장감을 느끼며 믿음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네 친구는 말했다.
그땐 모든 것이 가능하리라 믿었지. 동기 부여가 필요했던 것 같아. 일단 저질러놓고 그걸 계기 삼아서 더 힘을 내려고 했던 걸까. 아무튼 난 정말 열심히 했어.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했거든. 이제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해야겠지. 같은 방식으로 다시 실패하더라도 그 방법뿐이겠지. 중요한 건 결과니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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