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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태고적부터 인간은 신들 속에서 신들을 경배하고 신들을 배신하고 신들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수 많은 인간적인 신들로부터 야훼, 붓다, 알라, 짜라투스트라에까지, 이집트의 복잡하고 이중적인 자연신들로부터 하다 못해 거석이나 고목에까지 인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경외와 의지의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왔으며 또 지금껏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아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종교중 하나인 기독교에 관한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과 그 사람의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형사 그리고 그 가운데 삽입되어진 아하스 페르츠에 관한 이야기가 주인데 많은 사람들을 혼란케 만드는 이야기가 바로 죽은 이가 쓴 아하스 페르츠에 관한 일대기 소설에 있다.
'아하스 페르츠' 무신론자(신념에 의한 것이라기보단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에 실망해버린)인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퇴마록 말세편에서였다. 고대의 전설이나 신화 혹은 실제 역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끄집어 내어 자신의 이야기에 매끄럽게 삽입해버리는 재주가 뛰어난 이 우혁님의 책에서 아하스 페르츠는 신을 부정하고 예수를 조롱한 댓가로 영생불멸이라는 저주를 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사람의 아들'에서의 아하스 페르츠는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써 그의 일대기가 혼란스러움과 함께 우리에게 전달되어진다.
예전에 신학대학을 나왔지만 목사님이 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았던 분을 알고 있었는데 성경을 공부하다보면 신학을 포기해 버리고 싶을 만큼 커다란 모순과 접하게 되고 그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의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종교에 귀의함에 있어 선택적이고 상대적인 믿음이 아니라 운명적이고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이 지옥불에 떨어져야 할 것인지 아님 사실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인지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