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SF 그리기 - 외계 생명체, 로봇, 비행선과 미지의 세계까지
프렌티스 롤린스 지음, 김창규 옮김 / 시공아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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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SF 불모지다. 소설은 특히 그러하고, 솔직히 만화도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웹툰 덕분에 상황이 훨씬 호전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장르문학, 특히 SF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악역의 이름으로 테드 창이 등장한 것을 보고 많이 웃었다. 하드 SF 단편의 거장 이름이 이렇게 불쑥 등장한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이제 SF는 우리의 문화 중심으로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웹툰계가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SF 쪽은 아쉬움이 많다. 그런 우리에게 <한 권으로 끝내는 SF 그리기>와 같은 드로잉 자료집은 매우 절실하다. 저자 프렌티스 롤린스는 주로 DC 진영에서 활동한 일러스트레이터다. 부제 그대로 외계 생명체, 로봇, 비행선과 미지의 세계까지다룬다. 이 자료집은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래(또는 실제와 전혀 다른 과거)를 다룬다.”(9)

 

이 자료집의 가치는 어디에 있나? 기술이 아니라 의미를 전수한다는 데 그 진수가 있다. 인간, 외계인과 로봇, 지상 이동 수단과 비행 수단, 그리고 도시 풍경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 그 소재가 담지하는 의미를 자세하게 가르친다. 그 설명만 자세하게 읽어도 SF 서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소재를 활용하는 역량이 현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원리를 이해하면, 적용은 용이해지게 마련이다. 가령 외계인과 로봇은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괴물 같은 외계인과 로봇은 인간의 잠재의식 안에 있는 추하고 폭력적인 충동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일종의 경고다. 반면에 아름다운 외계인과 로봇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적 선과 완벽함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이정표이자 지침이다. 그러나 좋은 SF 작품에서 이처럼 어딘가 이상한 인물을 등장시키는 진짜 목적은 우리가 그로부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만드는 데 있다.”(77)

 

단지 드로잉의 기초만 소개하고, 여러 작품들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데에 치중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모든 그림에는 연결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기에 SF 작품 활동은 그저 단순히 멋진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다.” 애초에 SF의 목적이 이야기를 현실에 비추어 보도록 자극하려는”(이상 14)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SF 창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생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권으로 끝내는 SF 그리기>는 드로잉 자료집이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작품 설명과 실제적인 기법 안내가 담겨있다. 특히 1장은 드로잉을 위한 기초를 닦는 데에 유용하다. 하지만 이 자료집을 제대로 숙독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SF라는 장르와 그 소재에 대한 이해가 심화될 것이다(수학 실력을 늘리려면, 공식을 적용하기 전에 공식을 이해해야 하듯이). SF 세계의 훌륭한 창조자가 되려면, 이 책을 집어들고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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