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네랑 놀면 재밌어. 말도 통하고, 왠지 알아? 최소한나한테 꼬리표를 붙이고 넌 이런 애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 같은 건 안 하니까. - P204
— 있지, 네가 저번에 나보고 왜 달리느냐고 물었잖아. 그때 내가 화낸 거 좀 미안해서. 그 말 하려고 왔어. 사실 부모님 말고 나한테 왜 달리려는 건지 물어본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 - 아. 그래서 말인데, 나도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 하나. 그럼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런 질문을 받아 보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답했다. - 모르겠어. 아무도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없거든. - P190
곤이가 피식 웃었다. 무언가 말하려는데 곤이는 벌써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애는 갑자기 몸을 휙 돌리더니 이런말을 남겼다. -앞으로는 볼 일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자, 작별의뽀뽀 대신 이거. 곤이가 눈을 찡긋하더니 가운뎃손가락을 슬그머니 올렸다. 부드러운 미소였다. 그 애의 얼굴에서 그런 웃음을 본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그 애는 사라졌다. 그리고 비극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 P217
도난 사건의 범인은 다른 아이로 밝혀졌다. 학기 초에 아이들 앞에서 내게 할머니가 죽는 걸 본 기분이 어떠냐고 큰소리로 물었던 아이. 그 애가 담임을 찾아가 자신이 계획적으로 일을 꾸몄다고 말했다. 목적은 돈이 아니라 누명을 씌우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거였다. 왜 그랬느냐는 담임의물음에, 그 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곤이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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