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들 혹시…….?"
"맞아." 내가 대꾸했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나는 누어와 눈을 마주쳤다. "응. 우리와 똑같아."
놀라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녀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턱을 들어 올려서, 나도 그쪽을 보니 유별나게 키 큰 남자 하나가우리를 향해 비틀비틀 돌이 깔린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키가 최소 4.5미터는 되는 듯했고 머리엔 50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정장용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내가 양팔을 들어 올리고 힘껏 뛰어도 텐트만 한 꽃무늬 바지의 주머니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휴가 지나가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제비어, 공연은어떻게 되어가?"
장신 남자는 너무 빨리 걸음을 멈춘 탓에 넘어지지 않으려고양팔을 휘저어 균형을 잡으며 주변 건물 지붕에 몸을 기대야 했다. 이윽고 그가 몸을 숙여 휴를 쳐다보았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