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일, 7년에 걸친 행성 간 항해를 마친 카시니-하위헌스 호가 토성계에 다다랐다. 인간의 우주선이 토성을 방문한 것은 그것이 네 번째였지만, 위성 타이탄의 표면을 살펴볼 탐사선이 간 것은 처음이었다. 하위헌스의 이름을 딴 탐사선은 모선에서 분리된 뒤 용감하게 타이탄의 대기로 들어가서 활활 타오르는 방패가 되어 추락했다. 제동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다. 탐사선은 순간 덜컥 멎었다가 곧 낙하산을 펼쳤다. 그다음에는 느리게 하강하면서 시야를 가리는 짙은 주황색 구름을 뚫고 들어갔고, 곧 산맥과 메테인 호수가 산재한 놀랍고 복잡한 표면을 보았다. 20년 전에 칼 세이건을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이 예측했듯이, 타이탄에는 메테인과 에테인으로 이뤄진 바다가 있었고 얼어붙은 물이 있었다. 타이탄은 좀 심심하고 생명 없는 우리 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멋진 위성이었다. - P296
우주선은 추진 엔진을 100퍼센트 가동했고,
그 와중에도 내내 그 설계자들이 바랐던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충실히 지구로 보내 주었다.
카시니 호는 목성의 가혹한 대기 저항과 싸웠다.
그러다 곧연료 탱크가 바닥났고, 싸움은 끝났다. 우주선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먼 행성의 유성우가 되어, 놀랍도록 생산적이었던 삶을 마감했다. 2017년 9월 17일, 지구의 제트 추진 연구소에서는 과학자들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면서카시니 호의 공식 사망 시간을 기록했다. 세계시로 11시 55분이었다.
카시니 호가 거둔 성과는 한둘이 아니었다. 카시니 호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토성의 위성을 수십 개 발견했고, 위성 엔켈라두스에 액체 물이있다는 증거를 발견했고, 토성의 자기장과 중력장을 지도화했다. 카시니-하위헌스 탐사 같은 사업은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보기드문 사건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들을 놀랍도록빠르게 개발하고 완성해 냈다. 인류가 스푸트니크 호에서 시작해 카시니 호의자살까지 오면서 우주에서 여러 성과를 거두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60년이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앞으로는 코스모스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잔뜩기대하게 만든다. -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