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의 기원 1>를 읽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국민일보, 2006.12.22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0세기 전체주의에 관한 매우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 책은 미국의 권위 있는 주간 서평지인 타임즈 리터러리 서플리먼트(the TLS)가 '고전'으로 분류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1951년도 저작이다. 미국 망명 10년이 되던 해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미국과 유럽에서 정치학자로서 아렌트의 높아진 명성에 편승하여 7년 뒤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선보였다.

1부 반유대주의,2부 제국주의,3부 전체주의로 구성되어 있는 520쪽(한역본 1·2권 880쪽) 분량의 이 방대한 책은 "(단순히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아닌) 반유대주의,(단순히 정복이 아닌) 제국주의,(단순히 독재가 아닌) 전체주의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점점 더 야만적이 되어가는" 유럽의 근대적 정치현실에 대한 단순한 역사적 기술이 아닌 정치학적 분석서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과성의 원칙에 기초한 과학적 접근보다는 전체주의라는 특수한 현상에 대한 아렌트 특유의 해석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아렌트가 보기에 전체주의는 기성의 정치체제 유형,예컨대 전제정,독재,귀족정,과두정,민주정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정치체제이다. 전체주의 체제는 사회 내 '남아도는(superfluous)' 대중들의 지지를 업은 하나의 '운동' 체제이며,그것의 내재적 법칙,즉 국가사회주의의 경우 자연의 법칙과 스탈린주의의 경우 역사의 법칙에 따라 개별 운동원들이 움직이도록 몰아붙이는 지배체제이다. 따라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자유는 철저히 말살되며,인간은 단지 운동과정의 부속물화하게 된다.

이러한 '전체주의적 인간'의 군상은 유럽의 반유대주의라는 인종차별운동,제국주의라는 민족주의운동 과정에서 끊임없이 지배층에 의해 이용된 '폭도'의 형태에서 이미 발견된 바 있고,또 현대 소비사회의 고독한 군중에게서도 발견된다. 아렌트의 입장에서 유대인,폭도,현대 대의제 민주주의의 대중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치의 장에서 소외된 자들인 것이다.

아렌트는 정치의 존재 이유가 자유라고 주장한다. 또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 자신이 지닌 행위능력으로 자유를 구현함으로써 확보된다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잇따르게 될 '인간의 조건'에서 이러한 자신의 전체주의 분석의 통찰을 통해 얻은 정치와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

아렌트가 책을 헌정한 하인리히 블뢰허는 1940년 파리 망명시절에 만나 30년 세월을 함께 지낸 남편이자 지적 반려자였다. 독일인이었으나 아렌트처럼 무국적자였던 블뢰허는 아렌트에게 유태인뿐 아니라,국적을 잃은 독일인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 점은 아렌트가 자신의 논의에서 유태인적 정체성을 초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이 책에 관한 한 블뢰허와 아렌트의 관계는 '여성의 예속'의 집필과 관련하여 헤리엣 테일러와 존 스튜어트 밀이 형성한 동업자 관계에 비견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아렌트 자신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저작은 10년에 걸쳐 수집한 방대한 자료의 분석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이는 역자들이 책의 번역에 10년 가까이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잘 설명해준다. 그럼에도 이 한국어판의 '옥에 티'는 아렌트가 1958년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제14장으로 새로 편입시킨 '후기:헝가리 혁명에 관한 성찰' 부분이 누락된 점이다. 이 부분은 추후 개정의 기회에 삽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끝으로 필자는 그 길고 어려운 번역작업을 잘 마친 역자들께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2006.12.22 ㅣ 서유경(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더 읽을거리 :  

1. 아렌트 입문서 성격의 <아렌트 읽기>(산책자, 2011)   

2.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자음과모음, 2006)  

3. <정치와 진리>(책세상, 2001) 

4. <대중독재>(책세상, 2005) : 절판  

5. <파시즘>(책세상,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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