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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 - 동학초기비사 소설 최시형
조중의 지음 / 영림카디널 / 2014년 5월
평점 :
소설의 결말에 가서야 이전까지의 내용이 짧은 춘몽 같은 과거의 회상이라는 느낌을 주는, 구성이 참 독특한 소설이다.
결국 망국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나라의 운명 앞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결단을 내리는 최시형의 모습이 이전과 사뭇 다르게 비장하게 묘사되어 있다. 우유부단하고 나약해 보이기까지 했던 그가 그토록 강한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 힘은 어디서 연원하는 것일까? 관군에게 쫓겨 산간오지를 헤매며 단련된 의지력이 아니었을까? 사람이 곧 하늘이니 모두가 공경하며 존경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랐던 그의 염원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대원군이 동학 내부에 잠입시킨 밀사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설정되어 있어 읽는 내내 긴장감이 늦추어지지 않는다. 언제 신분이 들통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밀사로서의 임무와 동학의 가르침에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 했다. 현실의 곤고함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시대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인간 최시형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