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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느림으로 가는 정거장
풀꽃세상을위한모임 엮음 / 그물코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신문의 여행 기사에 간간이 소개되던 간이역에 대한 글들을 접하며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언뜻 언뜻 스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찡함이 코끝에 맺히고 뭉클함이 가슴에서 치받아 올라옴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다시 갈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일까….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간이역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에 담으려 간이역에 관한 책 두 권을 보관함에 고이 모셨고, 언젠가는 한 번쯤 스치고 지나가듯 간이역 한 곳으로 내 발길이 향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그 감상을 선험하기 위해 먼저 구입해 읽은 책이 <낯선 정거장에서 기다리네> 라는 책이었다. 적당한 크기, 운치있는 사진, 감정의 도를 넘지 않는 글로 꾸며진 친절한 간이역 순례기였다. 그리고 찜해 놓았던 또 다른 책 <간이역>을 받아들고 여는 글을 읽었을 때 어! 하는 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간이역에 대한 여행기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부디 이 책을 구입하지 마시길…. 이 책은 우리네 삶의 여행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느림으로 가는 정거장이다. 간이역을 통해 삶의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20여 개의 글들이 다루는 큰 소재는 고속철도다. 그리고 시종 빠름과 느림을 비교한다. 고속철도로 대표되는 빠름과 효율을 간이역으로 대표되는 느림과 여유로운 삶과 비교하면서….
고속철도가 놓이기 전에도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그리 넓지 않은 땅덩어리에 1분 1초라도 더 빠른 삶을 추구하겠다는 논리로 진행되던 고속철도 공사. 이 책을 읽을 때가 대선 후보들의 유세가 한창일 때라 효율을 중시하며 실용주의를 앞세운 후보의 운하건설과 거의 완벽하게 오버랩되었다. 과연 어떤 것이 실용주의일까?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실용주의라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효율이 우리에게 이익을 안겨줄까?
우리는 흔히 효율과 효과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원하는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를 살피는 것이 효과인 반면 투입한 노력에 비해 얼마나 많은 결과물을 얻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효율이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목표의 질적 달성 여부이다. 양적 수량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삶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희생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보다 살아가는데 몸은 편해졌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잃은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하게 한다.
삶의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던져주는 이러저러한 자기계발서보다 삶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이런 책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부디 이런 책이 절판되지 않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