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스 앤젤레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6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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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몇 번이나 멈추었던 소설, 이근미 작가의 <나의 로스 앤젤레스>를 드디어 오늘 완독했다. 이 소설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6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소설로, 출간된 지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소설을 배송 받고 나서 표지를 보았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한 두 사람, 부서지는 물결. 아름다웠다. 그래서 소설도 평화로운 내용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 소설은 자꾸만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보통 내가 책을 읽다가 멈추는 건 너무 지루하거나 혹은 먹먹해서이다. 이번 소설의 경우, 후자의 이유로 인해 자주 독서를 멈추어야만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찡하고, 슬펐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인 '해미'의 성장기를 다룬다. 해미는 공부도 잘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아이다. 해미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건 정말 다행이긴 한데, '가정'이 온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해미는 금방 어른이 되어 버린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도, 취미 생활도 가장 많았던 시기였다. 덕분에 성적은 가장 많이 떨어졌지만. 그 시절 나는 온전히 15살의 삶을 살았고, 미래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중학교 2학년은 나와 같은 모습일거라 지레짐작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해미는 나와 정반대의 15살을 통과한 아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 중 가장 큰 불행 중의 하나가 '가정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해미도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해미의 아버지가 돈에 쫓기게 되면서 주식 등에 손을 대고 급기야 알콜 중독자가 되어 버린다. 해미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정신을 잃게 되고, 해미는 부모님의 불화와 다툼 때문에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세상에서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님' 밖에 없다. 해미도 마찬가지다. 해미는 곧 외할머니 댁에 보내지게 된다. 그럭저럭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외할머니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요양원으로 들어가시는 바람에 해미는 얼결에 '그룹홈'인 천사의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된다. 해미에게 닥친 불행은 아마 어른이어도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해미가 천사의 집에 들어갔을 때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또래 아이들에게 마음을 닫고 말을 하지 않은 게 이해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해심이 많지 않다. 아이들은 자기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인사도 하고 친하게 지내자는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해미가 반응이 없자 해미를 미워하게 된다. 해미 역시 아이들과 갈등을 풀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그룹홈을 운영하는 어른들께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았을 뿐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쓸쓸한 해미의 삶은 한층 더 불행해진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마음을 닫고 말이 없자 '일진들'이 괴롭혔던 것이다. 다행히 그룹홈에서 같이 지내는 동갑내기 정민이의 도움으로 해미는 일진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룹홈 사람들에게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해미는 정민이처럼 반항적이지도, 엇나가려 하지도, 화를 내지도, 펑펑 울지도 않는다. 그저 언제 돌아올지 모를, 어디 계신지도 모를 부모님을 늘 마음 속으로 기다리며 묵묵히 하루를 지낸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행복해져야 할텐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후반부에서는 친할머니까지 해미를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미는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에 의욕을 불태운다. 삶의 끈을 쉽게 놓아버리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이 좋았다.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잘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도움을 청할 줄도 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천사의 집도, 원장님도, 해미도, 정민이도. 내가 알지 못했던 사회의 구성원들을 소설로 만나게 되어 좋았다. 비록 해미가 부모님을 온전히 되찾는 것으로 끝나진 않았지만, 괜찮다. 그룹홈 사람들을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미래인 #이근미 #나의로스앤젤레스 #청소년소설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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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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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오전 시간은 임승원 작가님의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과 함께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임승원 작가님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책 제목과 조금 특이하고 스타일리시한 표지만을 보고 '혹시 영화감독이 쓴 책인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요.


그러나 작가님은 제가 예상했던 직업을 가진 분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의 책들은 작가 소개가 화려한데(학력, 수상경력, 이력 등), 이 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원의 독백 임승원

이것저것 다양하게 즐기는 것을 좋아함.

그래서 뷔페를 좋아해.


이게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가 있어서 인플루언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 몰랐지만, 임승원 작가님은 구독자 10만이 넘는 채널을 운영하는 대형 유튜버였습니다. 멋진 영상과 메시지로 인기몰이를 하는 스타 유튜버였지만, 일단 저는 영상을 본 적이 없어서 아무런 사심이나 팬심없이 책으로만 작가님의 생각을 만났습니다.


워낙 영상을 잘 찍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님이어서 그런지, 내지도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책입니다.

왼쪽에는 사진이나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글이 있는데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의 조합이 좋아서 한 편의 단편영화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런 느낌의 책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이 책은 임승원 작가님의 생각들이 모여있는 에세이입니다.

대학 시절 이야기, 취업 면접, 시험, 애플, 명품, 생일, 관종, 쇼츠, 유튜브 촬영, 배달 음식, 모태솔로, 여름 등 작가님이 일상에서 마주한 것들이 모두 글의 소재입니다.


그래서 술술 잘 읽혔습니다. 저는 저에게 별로 와닿지 않는 지나치게 난해해서 해설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문학, 영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소재들은 한 번쯤, 제가 일상에서 스쳐지나갔거나 혹은 사랑했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글에 깊게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전문 작가'라고 하지 않지만, 제가 보았을 때는 소위 등단 작가보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 훨씬 더 꾸밈없이 진솔해서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쓰는 분입니다. 그리고 시인처럼 아름다운 감수성을 가진 분입니다.


특히 '취업'과 관련된 글을 읽을 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습니다. 작가님은 취업준비생 시절, 지원하는 기업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억지로 꾸미고 고치는 작업을 하고, 면접관에게 '알바를 했던 시간'이 공백기였음을 지적당합니다.


이는 아마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때의 시절이, 작가님의 글 덕분에 떠올라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꾸며진,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좋아합니다. SNS에는 비싼 음식, 차, 옷 등이 넘쳐납니다. 이 책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누군가가 볼 떄는 '별 볼일 없다'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멋있습니다.


한 단락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나는 일어난다. 어느새 바닷가에 레이는 없다. 아니, 나는 바닷가에 있지도 않다. 여전히 딱딱하고 좁은 자취방 바닥이다. 나는 간밤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그러진 것이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그림이었는지 까먹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짐의 흐릿한 윤곽과 못생긴 합리화가 남았다. 간밤에 모래사장에 그린 멋진 그림이 흩어진 것처럼, 근사한 결심은 빠르게 흩어졌다.

밤은 빠르게 다시 찾아온다.

오후 늦게 일어난 탓이다. -89p"


작가님의 감성은 자신의 것을,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내세우기 바쁜 요즘 세태와는 정 반대입니다. 이렇게 진솔한 감성은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저는 보통 책 한권을 한 번에 다 읽어내려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조금 읽다가 덮어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너무 지루할 경우 책갈피만 꽂아두고 몇 달간 방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장을 넘기자마자 쉬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인생책을 만났습니다. 앞으로의 글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님입니다.


#원의독백 #임승원 #발견영감그리고원의독백 #신간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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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 3000년을 이어온 설득의 완벽한 도구들
제이 하인리히 지음, 조용빈 옮김 / 토네이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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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출판사의 신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원제 : Thank you for arguing)은 제목부터 매력적입니다.


세상에,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기술이라니! '이긴다'는 것은 언제나 누군가와의 '싸움'을 전제로 하는 말이라고 지금껏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렇게 멋진 제목을 가진 책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배송 받자마자, 홀리듯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저자부터 살펴볼게요. 저자인 제이 하인리히는 대화와 설득 분야의 최고 전문가입니다. 이 책은 무려 14개국에서 출간되었고, 곧장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버드대 추천도서 TOP 10'에 선정된 바도 있다고 하니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데 깊은 영향력을 끼치는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수사학'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도 철학과 재학 시절엔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에 꽤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수사학이 조금씩 머릿 속에서 지워진 상태였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제가 대학 시절 잊고 살았던 멋진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소통'이고, '소통'을 잘하려면 '수사학' 공부가 필수인데,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살았던 게 후회스러웠지요. 그래도 지금이나마 이토록 훌륭한 책을 접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저는 저자의 약력 못지 않게 번역가도 자세히 살펴보는 편인데요. 이 책은 바른번역 출신 조용빈 번역가가 옮긴 책입니다. 가끔 번역가 본인은 이해하고 옮긴건가 싶은 문장이 있는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가독성도 괜찮고, 번역체 문장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은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으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짧은 글들을 여러 편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형태여서 굳이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수필집을 읽는 것처럼 각각의 글이 독립성이 있으면서 물흐르듯 읽힌다고 할까요?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게 독서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 점심 시간같은 짜투리 시간 정도에나 독서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수사학'이 누구보다도 필요한 '직장인'들이 읽기에 참 좋습니다. 글 한 편당 2~3장 정도로 넉넉 잡고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살아가면서 싸움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논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고도 강조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저자가 '싸움꾼'과 '논쟁가'를 구분짓는다는 것입니다. "싸움은 마주한 상대를 돌아서게 만들고, 논쟁은 돌아선 상대를 돌아오게 만든다 -27쪽"라는 데 크게 동의합니다.


흔히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변호사 등과 같은 '법조인'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논리'만으로는 결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지요. 우리는 '법치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법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수긍하는 것이지, 마음 속으로 그 말에 진심으로 감동해서 따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논리'보다 더 중요한 '소통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진정으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말하기 방법'이 무엇인지를 예시로 가르쳐줍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아포리즘이 아닌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준다는 게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사학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제목 그대로 상대방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내 목적을 달성해서 이길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이 책의 42쪽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제안해서 내가 원하는 목적을 성취하는 방법이 나와 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들고 있는 예시입니다. A와 B는 애인 사이입니다. A는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만, B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럴 때 B가 A에게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영리한 방법인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은 '효과적인 설득 방법'입니다.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믿음, 가치관 등을 파악해야 하는 게 일순위라는 점을 책에서 다양한 예시로 잘 보여줍니다. 123쪽에서 나오는 예시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저자는 '명문대생을 상대로 군입대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무척 흥미롭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군입대에만 초점을 맞추어 "강한 국가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라고 설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명문대생들 사이의 상식선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군대는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를 활용하고 싶어합니다."와 같이 말이지요.


그리고 '정치인'들이 어떻게 대중을 설득하는 교묘한 방법도 알려줍니다. 최고의 설득자들이 다수의 상대를 어떻게 자기 편으로 끌여들이는지가 나와 있는데,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유명한 정치인들도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수사학을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된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학교, 직장 등도 역시 작은 '정치적 집단'이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되는 정치인들의 수사학을 안다면 설득을 하거나, 설득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저자는 227쪽에서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통찰에 감탄을 한 부분이라 인용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승리란 이런 것이다. 맞서 싸워 피 흘리며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 다음, 그가 당신에게 절실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설득의 세계에서 완벽한 승리다."


그리고 제가 즐겨보는 TED를 매의 눈으로 완벽하게 분석한 저자의 통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이 왜 TED에 열광을 하는지를 구상, 배열, 스타일, 전달 방법 등으로 나누어 철저하게 살펴보고 TED식 수사학을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TED에 나오는 스피커들은 원래부터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고, 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고 살았는데, 이 챕터를 읽고 나서는 저도 TED 스피커처럼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킬 정도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저 혼자만 보고 싶을 정도로, 대화와 설득의 방법을 잘 쓴 책입니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실전에서는 써먹지도 못할 두루뭉술한 이야기들로 책 한 권 분량이 나온 게 아닙니다. 한 챕터만 제대로 읽어도 바로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실용적인 화술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은 두고두고 틈날 때마다 계속 읽을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싶은, 사람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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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트라이앵글 - 제1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81
최인정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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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저는 어른이지만 동화를 좋아합니다. 동화는 대부분 밝고 신나는 이야기가 많지만, 어둡고 슬픈 동화 중에서도 잘쓴 작품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오세암>이 그렇습니다.


어릴 적에 동화 <오세암>을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당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세암>은 정채봉 작가님이 쓴 동화입니다. 갑자기 <오세암> 이야기를 꺼낸 건, 정채봉 작가님의 이름이 들어간 문학상인 "정채봉 문학상"이 벌써 13회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13회 정채봉 문학상을 받은 <열세 살의 트라이앵글>이 출간되었을 때, 운이 좋게도 제가 자주 활동하는 카페인 책세상맘수다 카페에서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서평단 자격으로 이 책을 받았고, 택배 배송을 받은 날, 단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여학생 세 명이 밝은 표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웃고 있습니다. 제목에도 '트라이앵글'이 들어가길래, 저는 이 셋의 우정을 쓴 동화인 줄 알았습니다.


열세 살 여자 아이들이라면, 무엇보다 친구와 우정이 최대 관심사일 때이죠. 그런데 이 동화는 우정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정을 불편해하는 아이가 나옵니다. 주인공인 '민하'는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싫은 것도 좋은 척, 관심없는 것도 좋은 척하면서 자신을 속이는 아이입니다. 돈이 없어도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사주고, 관심없는 아이돌 이야기에도 맞장구를 쳐줍니다.





심지어 자신을 '건물주 할머니'가 있는 손녀라고 속여서 환심을 사려고 노력합니다. 정작 친구에게 먹을 것, 선물을 사주느라 용돈이 다 떨어져서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고, 할머니 돈을 훔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민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안타깝기도 했고, 또한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습니다. 민하는 마치 저의 어릴적 모습 같았습니다. 저도 싫어하는 아이돌 그룹에 관심있는 척하고, 친구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면서 곁에 두려고 노력했으니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만 그런걸까요? 아닙니다. 어릴 때도 물론 그렇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저 자신을 속일 때가 많았습니다.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좋은 척, 싫어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관심있는 척하면서 살아올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 상대방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니 잠깐은 좋을지 몰라도, 사실 저도 모르게 계속 화가 쌓였던 것 같아요.


이 동화에서는 민하가 변화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는 쓰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동화에서 세 여자아이들의 우정이 유지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굳이 맞지 않는 친구를 곁에 두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해서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쨰 동화인 <나의 여름에 초대할게>는 '윤지'의 이야기입니다.

윤지는 첫 번째 동화인 <열세 살의 트라이앵글> 주인공인 '민하'의 친구입니다. <나의 여름에 초대할게>는 열세 살 소녀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윤지는 멋진 남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데, 어떠한 계기로 같은 반 개구쟁이 남자아이도 점점 좋아하게 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화입니다.


요즘 문학계에 SF가 유행을 하고 있어서 동화에도 SF 장르동화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열에 아홉은 SF인 것 같아요. 처음엔 재밌었지만, 너무 많은 동화가 SF 장르여서 좀 식상하던 차에,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한 <열세 살의 트라이앵글>이 나와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동화입니다.


#책세상 #맘수다 #책세상맘수다카페 #열세살의트라이앵글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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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 라면소설 3
김영리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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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인돌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영리 작가의 <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을 배송받고 처음 느낀 것은 '어? 소설책이 왜 이리 작지? 특이하다!"였습니다.


제가 평소 읽어오던 소설책은 최소한 300쪽 이상의,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책은 총 110쪽입니다. 사이즈도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정도입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소설의 분량이 작고, 책이 작은지 표지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라면소설'이었던 것입니다.


라면소설은 뜨인돌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시리즈로, '만약'에서 시작한 이야기들이라고 합니다. 라면처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서 평범한 소설책과는 다르게 생겼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의 주독자는 중고등학생들일텐데, 가방에 쏙 넣어서 다니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집, 교과서만으로도 책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 나이의 아이들에게, 이런 소설이 나온 것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정말 라면처럼 간편하고 맛있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서 읽기 전부터 무척 궁금했었는데요. 읽고 나니 왜 이런 제목으로 지어졌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줄거리는 소설의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중학생 여자아이로, 이름은 '하늬'입니다. 하늬는 옷을 사고 입고 SNS에 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SNS를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테지만, SNS를 하면서 SNS 속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지요. 하늬도 마찬가지입니다. 

SNS에서 이미 10만 팔로워를 달성한 인플루언서 제이빈을 동경하면서 그녀가 입고 찍어 올렸던 옷과 비슷한 옷을 사고, 해시태그도 비슷하게 걸면서 따라합니다. 하늬의 관심사는 오로지 SNS와 옷에 집중되어 있었던거죠.

현실 반영을 정말 잘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주변에 하늬와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꼭 있지 않나요? 저도 하늬같은 친구가 있어서 웃음을 참으며 소설을 읽어 나갔답니다.


중학생이면 사실 용돈으로 옷을 많이 사기는 힘들텐데요. 하늬의 두 언니가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서 피팅모델까지 겸합니다. 그래서 SNS에 많은 옷을 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환경 덕분에 하늬는 금방 제이빈의 팔로워수를 따라잡습니다. 그렇게 하늬는 패션 인플루언서로 잘 나가나 싶었는데요. 

어느 날부터 하늬의 뒤에 옷들이 줄줄 쫓아다닙니다. 옷 뿐만 아니라 옷 뒤에서 옷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염소에, 처음보는 소녀까지 하늬의 뒤에 쫓아다녀요. 정말 으스스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모든 게 하늬에게만 보인다는 것입니다.


가족들, 단짝인 다현이에게는 하늬의 뒤에 붙어있는 유령같은 옷들, 염소, 소녀가 보이지 않아요. 소설은 하늬가 옷, 염소, 소녀를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직접 읽어보면서 하늬가 이런 유령같은 존재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펴본다면 재미있을거예요.


그리고 <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에는 특이한 책갈피가 있는데요. '라면소설 별첨스프'라고 써 있는 작은 메모지입니다. 여기에는 이 소설의 중요한 사건인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무려 1,129명의 사망자, 2,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사고였는데요. 이 사고와 '패션 산업'이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착찹하고 슬퍼졌습니다.


이 소설은 아무 생각없이 SNS 인플루언서를 따라하고, 몇 번 입지도 않을 옷들을 과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무분별하게 산 옷이 있지는 않았나, 돌이켜보게 되더라구요. 교훈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고, 빠르고 쉽게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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