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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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오전 시간은 임승원 작가님의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과 함께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임승원 작가님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책 제목과 조금 특이하고 스타일리시한 표지만을 보고 '혹시 영화감독이 쓴 책인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요.


그러나 작가님은 제가 예상했던 직업을 가진 분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의 책들은 작가 소개가 화려한데(학력, 수상경력, 이력 등), 이 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원의 독백 임승원

이것저것 다양하게 즐기는 것을 좋아함.

그래서 뷔페를 좋아해.


이게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가 있어서 인플루언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 몰랐지만, 임승원 작가님은 구독자 10만이 넘는 채널을 운영하는 대형 유튜버였습니다. 멋진 영상과 메시지로 인기몰이를 하는 스타 유튜버였지만, 일단 저는 영상을 본 적이 없어서 아무런 사심이나 팬심없이 책으로만 작가님의 생각을 만났습니다.


워낙 영상을 잘 찍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님이어서 그런지, 내지도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책입니다.

왼쪽에는 사진이나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글이 있는데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의 조합이 좋아서 한 편의 단편영화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런 느낌의 책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특별한 이 책은 임승원 작가님의 생각들이 모여있는 에세이입니다.

대학 시절 이야기, 취업 면접, 시험, 애플, 명품, 생일, 관종, 쇼츠, 유튜브 촬영, 배달 음식, 모태솔로, 여름 등 작가님이 일상에서 마주한 것들이 모두 글의 소재입니다.


그래서 술술 잘 읽혔습니다. 저는 저에게 별로 와닿지 않는 지나치게 난해해서 해설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문학, 영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소재들은 한 번쯤, 제가 일상에서 스쳐지나갔거나 혹은 사랑했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글에 깊게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전문 작가'라고 하지 않지만, 제가 보았을 때는 소위 등단 작가보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 훨씬 더 꾸밈없이 진솔해서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쓰는 분입니다. 그리고 시인처럼 아름다운 감수성을 가진 분입니다.


특히 '취업'과 관련된 글을 읽을 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습니다. 작가님은 취업준비생 시절, 지원하는 기업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억지로 꾸미고 고치는 작업을 하고, 면접관에게 '알바를 했던 시간'이 공백기였음을 지적당합니다.


이는 아마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때의 시절이, 작가님의 글 덕분에 떠올라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꾸며진,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좋아합니다. SNS에는 비싼 음식, 차, 옷 등이 넘쳐납니다. 이 책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누군가가 볼 떄는 '별 볼일 없다'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멋있습니다.


한 단락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나는 일어난다. 어느새 바닷가에 레이는 없다. 아니, 나는 바닷가에 있지도 않다. 여전히 딱딱하고 좁은 자취방 바닥이다. 나는 간밤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그러진 것이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그림이었는지 까먹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짐의 흐릿한 윤곽과 못생긴 합리화가 남았다. 간밤에 모래사장에 그린 멋진 그림이 흩어진 것처럼, 근사한 결심은 빠르게 흩어졌다.

밤은 빠르게 다시 찾아온다.

오후 늦게 일어난 탓이다. -89p"


작가님의 감성은 자신의 것을,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내세우기 바쁜 요즘 세태와는 정 반대입니다. 이렇게 진솔한 감성은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저는 보통 책 한권을 한 번에 다 읽어내려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조금 읽다가 덮어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너무 지루할 경우 책갈피만 꽂아두고 몇 달간 방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장을 넘기자마자 쉬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인생책을 만났습니다. 앞으로의 글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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