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토록 흥미로운 클래식
송현석 지음 / 링크북스 / 2026년 5월
평점 :
#클래식 #클래식거장 #라이벌스토리 #처음만나는클래식 #이토록흥미로운클래식 #음악가30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종종 '박제된 예술'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웅장한 연주 홀의 정적과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그 음표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간의 숨결이었다는 사실을 잊게 되죠. 하지만 송현석 작가님의 저서 <이토록 흥미로운 클래식>은 클래식을 악보가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며 우리를 거장들의 삶 한복판으로 초대합니다. 저자인 송현석 작가님은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교회음악을 전공하고, 클래식 전문지 기자를 거쳐 공연 기획과 아카데미 운영까지 담당해 온 그야말로 현장형 전문가입니다.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해 온 작가님의 이력이 녹아있는 덕분에, 이 책은 마치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음악사의 갤러리를 거니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동시대를 살았던 두 거장을 '라이벌' 혹은 '대조군'으로 나란히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클래식계의 훈장님' 바흐와 '일타 강사' 헨델,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와 '고뇌하는 노력파' 베토벤의 대비는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위인전에 입체적인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작가님은 단순히 연대기를 나열하는 방식을 넘어, 사랑에 흔들리고 생존을 위해 분투했던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포착해냅니다. 차이콥스키가 평생 숨겨야 했던 고독한 비밀이 어떻게 애절한 선율로 치환되었는지, 말러가 겪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어떻게 교향곡의 거대한 우주가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이 비로소 마음으로 들리는 언어가 됩니다.

클래식 애호가로서 저 역시 과거에 음악을 오로지 '감상'의 대상으로만 대했을 때 느끼던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정 교향곡의 구조를 분석하거나 악기 편성을 외우는 데 급급했을 때보다, 오히려 그 작곡가가 곡을 쓸 당시 처했던 지독한 가난이나 열정적인 사랑의 배경을 알게 되었을 때 음악이 훨씬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들더군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라이벌들의 대비는 마치 한 편의 정치 드라마나 역사 소설처럼 흥미로워, 한자의 '대구(對句)'를 맞추듯 음악가들의 삶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자가 배치한 15쌍의 라이벌 구조를 읽다 보면, 우리가 왜 오늘날까지도 수백 년 전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책 속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음악사의 거장들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해석한 대목입니다. 예를 들어 쇼팽과 리스트를 단순한 피아노 천재들이 아닌,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동료이자 경쟁자로 바라보는 시각은 현대의 아티스트 브랜딩 관점에서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는 마치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식인의 초상>에서 언급했던 '망명자로서의 지식인'처럼, 고국을 떠나 파리라는 대도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음악으로 증명해야 했던 예술가들의 처절한 생존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본문 곳곳에 수록된 QR코드를 통해 임윤찬과 같은 젊은 거장들의 연주를 즉석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텍스트로 읽은 감동을 청각적 '경험'으로 완성해주는 이 책만의 탁월한 장치입니다.
결국 이 책은 클래식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길잡이입니다.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사유와 감성의 회복을 원하는 직장인, 혹은 클래식 공연장에 가기 전 무엇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입문자들에게 이보다 더 다정한 안내서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고 싶은 교양인들에게는 음악사가 세계사와 어떻게 궤를 같이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