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7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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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소설추천 #고전 #생떽쥐베리 #프랑스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어린 왕자>로 다가왔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작가님은 사실 낭만적인 동화 작가이기 이전에,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었던 치열한 비행 조종사였습니다. 1931년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야간 비행>은 작가님이 아르헨티나에서 야간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실화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이번 코너스톤의 판본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보희 번역가님의 정제된 문체로 옮겨져, 고전 특유의 무게감과 현대적 가독성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생텍쥐페리 작가님은 이 짧은 소설을 통해 단순한 비행 기록을 넘어, 인간이 목숨을 걸고 지켜내야 할 초월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묻습니다.




 

소설은 야간 비행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려는 항공 지부장 '리비에르'와 거친 폭풍우 속에서 실종 위기에 처한 조종사 '파비앵'의 긴박한 밤을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는 GPS와 첨단 장비 덕분에 밤낮 구분 없이 하늘을 날지만, 1920년대의 야간 비행은 말 그대로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과 같았습니다. 리비에르는 부하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행을 독려하는데, 이는 냉혈한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안위보다 더 큰 '공동체의 진보''책임'이라는 가치를 신봉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 없지만, 우리는 마치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작가님의 성찰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현대 사회에 오히려 인간 존엄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저 역시 사회생활을 하며 리비에르가 느꼈을 고뇌를 문득 떠올리곤 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마감을 앞두었을 때, 개인의 피로와 조직의 사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한때는 리비에르의 엄격함이 비인간적이라 느낀 적도 있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말한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지향하는 것, 그것이 곧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파비앵이 깜깜한 구름 위에서 별빛을 마주하며 느꼈던 찰나의 평온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에서 한계에 도전할 때 맛보는 희열과 닮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파비앵의 실종이라는 비극 앞에서도 비행을 멈추지 않는 리비에르의 뒷모습을 통해 패배 속의 승리를 그려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강조했던 '앙가주망(Engagement, 사회 참여)'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안온함과 동일시하지만, 생텍쥐페리 작가님은 진정한 행복이란 스스로 선택한 고통스러운 책임을 완수할 때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별빛들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조종사에게 말을 거는 운명의 신호이며, 파비앵이 죽음 직전 구름을 뚫고 올라가 마주한 정적은 인간이 고독의 끝에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성찰의 상태를 상징합니다.

 

이 책은 매너리즘에 빠져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잃어버린 직장인들이나, 인생의 거친 폭풍우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고전의 정취를 그대로 살린 초판본 디자인의 외형은 서재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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