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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천사 같은가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1월
평점 :
#사립탐정 #심리미스터리 #마거릿밀러 #축복자매 #얼마나천사같은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거릿 밀러 작가님의 〈얼마나 천사 같은가〉는 사건의 해결보다 인간이 무엇을 믿고, 왜 속아 넘어가는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심리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립탐정 퀸이 캘리포니아 황야의 신흥종교 공동체에 발을 들이며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 작품의 중심에는 탐정보다 오히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내면이 놓여 있습니다. 밀러 작가님은 범죄소설의 외형을 빌려 인간의 불안, 자기기만, 그리고 구원에 대한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보다 인물의 심리를 더 오래 곱씹게 만듭니다.

이 작품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폐쇄된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압력입니다. 신흥종교 집단은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평온을 약속하지만, 그 내부에는 침묵과 비밀, 억눌린 감정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이는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유토피아 공동체의 실패 서사와도 맞닿아 있으며, 밀러 작가님은 이 공간을 통해 집단적 믿음이 개인의 윤리와 판단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퀸이 느끼는 불편함은 곧 독자의 감각이 되어, 겉으로는 질서정연한 공동체의 균열을 조금씩 드러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인물들이 지닌 양면성입니다. 실종 사건의 핵심 인물인 ‘축복 자매’와 실종자의 아내 마사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단순한 구도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밀러 작가님은 인물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그리고 그 자기 해석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이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나 헨리 제임스의 후기 소설에서 보이는 심리 묘사와도 닮아 있으며, 인간 내면의 모호함이 서스펜스의 가장 강력한 원천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합니다.
〈얼마나 천사 같은가〉의 강점은 극적인 반전보다 축적된 심리적 긴장에 있습니다. 밀러 작가님은 사건을 급하게 몰아가지 않고, 대화의 뉘앙스와 시선의 어긋남, 침묵의 무게를 통해 독자를 서서히 압박합니다. 그 결과 독자는 ‘무엇이 사실인가’보다 ‘왜 그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 진실보다 믿음을 선택하는 순간,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드러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인간 심리와 사회적 믿음의 구조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할 만합니다. 해외 장편소설, 특히 심리 서스펜스나 인물 중심의 서사를 즐겨 읽는 분이라면 이 작품에서 즐거운 독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천사 같은가〉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남아,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믿음과 판단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