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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과 처형의 역사
다카히라 나루미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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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문과 처형의 역사>는 인간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얼마나 집요하고 체계적이었는지를, 잔혹함이라는 불편한 렌즈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책입니다. 다카히라 나루미 작가님은 고문과 처형이라는 극단적 행위를 단순한 공포나 자극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것이 언제, 어떤 사회적·제도적 맥락 속에서 정당화되었는지를 차분하게 해부합니다. 이 책은 잔혹한 도판을 앞세운 기괴한 도감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법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폭력을 구조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서에 가깝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지점은 고문 기구가 단순한 폭력의 도구가 아니라, 철저히 ‘합리화된 시스템’으로 발전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리사의 철관」이나 「프레스 야드」와 같은 압박형 고문은 즉각적인 죽음보다 ‘버티는 시간’을 중시합니다. 이는 중세 유럽 사법 체계에서 자백이 곧 진실로 간주되던 관행과 맞닿아 있습니다. 고문은 감정적 분노의 분출이 아니라, 법적 절차의 일부였고, 따라서 정교할수록 ‘정당한’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고문을 야만의 산물로만 치부해온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리사의 철관」이 소개된 장입니다. 철판으로 제작된 사각 상자 안에서 서서히 가해지는 압박은, 공개 처형과 달리 외부의 시선을 차단한 채 고통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근대 초기에 나타나는 ‘사적인 처벌’의 성격과도 연결됩니다. 푸코가 말한 것처럼, 권력은 점차 공개적 신체 훼손에서 은밀한 통제로 이동합니다. 이 장면은 고문이 단순히 잔혹해진 것이 아니라,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뛰어난 시각적 구성입니다. 과도하게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일러스트, 정돈된 색감과 레이아웃은 독자가 감정적으로 과몰입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게 합니다. 이는 고문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미덕입니다. 공포를 자극하기보다 이해를 돕는 디자인 덕분에, 독자는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책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습니다.
<고문과 처형의 역사>는 잔혹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뿐 아니라, 법과 권력, 인간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관심 있는 교양 독자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고문 기구의 형태를 넘어, 왜 인간은 고통을 제도화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의 사법과 권력 구조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성찰하게 됩니다.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역사, 그 정면을 응시하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