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 최영미 시인이 엮은 명시들
최영미 지음 / 해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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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최영미 시인님의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입니다. 제목부터 로맨틱하면서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책 표지를 보고 환호가 절로 나왔습니다. 표지에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있는데요. 책의 본문에도 낭만이 느껴지는 모네의 그림들이 삽화로 들어 있어서 시집을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명시, 명화, 시인님의 해설이 잘 조화된 책이어서, 독서를 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 책을 쓴 최영미 시인님은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시인님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대중에게 무척 잘 알려져 있는 인기 있는 시집이죠. 그리고 시인님은 문단 내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킨 정의롭고 멋진 분입니다. 문단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어도 쉬쉬하고 있던 문제를 시인님은 당당하게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주눅들지 않고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한 쪽에 부당하게 쏠린 권력을 싫어하는 시인님의 성향을 반영하듯,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을 쓴 시인들은 '김남조, 로버트 브라우닝, 사디 사라즈, 조이스 킬머, 로버트 번스, 김경미, 마츠오 바쇼, 왕유, 이성복,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등입니다. 모두 국적도 다양하고, 성별도 편향적이지 않습니다. 헤르만 헤세처럼 원래 '소설가'로 유명한 작가들의 시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시인들의 에피소드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에피소드를 읽고 나서, 다시 시를 읽어보면 더 이해가 잘 됩니다.




그리고 시인님의 시를 선별하는 넓은 안목과 외국어 감각이 인상적입니다. 보통 번역시들을 소개하면 번역된 내용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인님은 원제와 우리나라에 의역된 제목, 번역의 비교 등을 통해 좀 더 탁월한 시의 번역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난해하거나 어려운 시가 없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시인의 개성이 느껴지지만, 그 개성이 남은 알아들을 수 없는 치기어린 모습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으로 꾸며진 시가 아니라, 진솔함이 느껴지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명시들만 쏙쏙 뽑아서 소개를 해주시니 '이런 시가 좋은 시구나'라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시의 내용, 주제를 암기하는 게 재미도 없고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시가 이렇게 재미있는 장르구나'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시인님이 곁에서 한 편, 한 편 시를 읽어주면서 그 의미를 천천히 알려주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시인님과 마주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 같아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사랑, 청춘, 그리움, 외로움, 슬픔 등에 대한 시들을 읽으면서 세월에 따라 그저 무뎌져버렸던 저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에 마지막으로 수록된 작품은 로버트 번스의 <올드 랭 사인>입니다. 시인님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올드 앤 사인>을 부르며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고 쓰셨는데요. 끝과 시작이 모두 들어간 노래처럼,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와 같은 최영미 시인님의 명시모음집이 꾸준히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시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시를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덕분에, 올 가을은 쓸쓸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이 허무해지고, 한편으로는 괜히 눈물이 나는 이 가을에 이렇게 아름답고 감성적인 시들을 만나 저의 삶이 한층 더 빛나는 기분입니다.


 

#명시모음집 #시 #나에게영혼을준건세번째사랑이었지 #최영미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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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세계 시민 학교 - 인류의 반칙 싸움에서 톺아보는 정의 이야기 지도 위 인문학 6
남지란.정일웅 지음 / 이케이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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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혹시 '권력과 정치권력'의 차이를 아시나요? 아니면, '내전과 분쟁'은 같은 것일까요?

'시위와 집회', '조약과 협약', '운동과 캠페인'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평소 많이 보는 단어들이지만, 뜻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케이북에서 펴낸 <10대를 위한 세계 시민 학교>를 읽으면서 제가 우리 사회, 세계, 인류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위에서 말씀드린 헷갈리는 사회 개념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습니다. 그래서 제가 심지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개념어를 보며 '아, 이게 이런 개념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물론 이 책의 주요 독자는 제목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10대 청소년'입니다. 특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보면 흥미를 가질 법한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에는 '환경, 인권, 평등, 경제, 민족, 인종, 종교'를 주제로 의미있는 논제들과 역사, 사건이 지도, 키워드와 함께 자세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사회 공부를 열심히하는 10대 청소년 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 어른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어릴 때 뉴스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내용이 어려워서'입니다. 딱딱한 내용의 뉴스를 보는 것보다 연예인 예능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뉴스에 나오는 내용이 내가 잘 아는 것이고, 그래서 더 알고 싶은 것이라면 어떨까요? 아마 뉴스만큼 재미있는 게 없을지 모릅니다.





<10대를 위한 세계 시민 학교>는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들 중 '생각할거리'가 많은 이야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담겨 있어요. 이 문제들은 결국 인류의 진정한 행복, 정의란 무엇일까하는 물음을 던져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곳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 책의 59쪽에서 '아프리카 말리라는 나라에서 수많은 어린이가 물건처럼 거래되는 현실'을 읽으며 정말 슬펐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2018~2019년에 아동 노동자가 무려 156만명이었다고 합니다. 이 중의 40%는 학교에 다니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당장 이웃이 겪는 어려움보다 제 코 앞에 닥친 일이 중요한 소시민일 뿐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고, 도울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약 78억 명의 세계 인구 중 3억 명 정도 어린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가난이 되물림될 수 밖에 없는 비극을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계의 경제도 너무나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127쪽에는 '식량 문제'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기아 문제를 심각하게 겪는 나라가 있는 한편, 부자 나라에서는 많은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이 나옵니다. 심지어 세계적 농업 기업들은 곡물이 많이 생산되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곡물을 불태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입니다.


여성 인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나라들이 존재합니다. 이 책에는 전쟁 수단으로 여성을 이용하는 사례,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의 범죄, 생리하는 여성을 격리하는 관습이 있는 네팔 일부 지역,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금지 등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요. 요즘도 이렇게 여성을 억압하는 제독 있다니, 정말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지, 내가 알아서 뭐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한, 차별받는 사람, 정의롭지 못한 제도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의 곳곳이 썩어가는 줄 모르고, 자신의 좁은 생활 반경만 괜찮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세계에 인종, 약자 차별 문제가 있기는 해도 '경제'만큼은 예전보다 눈부시게 발전한 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경제' 역시 심각한 상황임을 알았습니다. 칠레의 빈부 격차, 스마트폰 원료가 불러온 저주 등을 읽었을 때 제가 얼마나 세계 경제에 무지했는지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소비를 하기 전에, 저의 소비 행위가 끼칠 영향을 더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10대를 위한 세계 시민 학교>를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세계 문제에 대한 상식을 얻어보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세계를 보는 시야를 넓히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분들께, 그리고 사회 과목을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훌륭한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10대를위한세계시민학교 #이케이북 #책콩 #책콩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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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의 문 상상초과
소향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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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 작가님의 신간 소설집 <모르페우스의 문>은 표지부터 강렬합니다. 커다란 날개가 달린 사람이 신전같은 곳에서 출구쪽을 향해 서 있습니다. 노을진 하늘 풍경이 얼핏 보이는데, 신비롭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날개 달린 사람도, 하늘 풍경만 보이는 바깥 풍경도 모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평범하지 않아요.


저는 이 표지를 보면서 '날개 달린 사람은 날개를 펼쳐서 어디로 날아가고 싶은 것일까?', '신전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물음을 던져 보았습니다. 이렇게 신비로운 표지는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상이 소설 속에 나올까,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향 작가님은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 지원과 발간 지원을 수혜했고, 과학과 역사, 예술이 어우러지는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입니다. <모르페우스의 문>에는 총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 단편소설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적은 양이지만 강렬하고 깊은 맛을 내는 에스프레소처럼, 짧은 시간에 깊은 감동을 주고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주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이 딱 에스프레소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개의 단편은 겹치는 내용 없이 모두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7편은 'SF 장르'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모두 먼 미래입니다. 맨 처음 수록된 단편 <모르페우스 문>은 '타임 루프 설정'이 들어가 있는데요. 후반부에 반전이 있습니다. 흔히 영화나 소설에서 타임 루프가 들어가면 타임 루프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타임 루프가 이루어진 원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타임 루프로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진진했고, 읽으면서 가해자가 더 심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폭력을 다루는 콘텐츠는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늘 저에게 분노를 일으킵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겠지요. 학생들이 이런 작품들을 보고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작품인 <1919, 너의 목소리>에는 먼 미래에 나올 법한 '발명품'이 등장합니다. 바로 원하는 소리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계인데요. 주인공이 이 기계를 얻고 나서 겪는 일이 조금 으스스하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의도치않게 1919년, 만세운동을 하던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니까요. 만약 이런 기계가 있다면 저는 어떤 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싶을지,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달 아래 세 사람>입니다. 2021년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품집 <항체의 딜레마>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보통 '과학'이라고 하면 최첨단 기술이라고 생각할 뿐, '조선 시대'에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현대와 조선 시대를 오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습니다. 주인공과 홍 유생의 짧은 만남, 설렘, 추억이 들어 있는 소설입니다.


네 번째 작품은 <샴>인데 매우 짧습니다. 파격적인 소설이에요. 겨우 두 페이지 밖에 아니니까요. 이 소설은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었을 때, 그 죽은 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주인공이 마치 다중인격을 겪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다섯 번째 작품은 Schoolverse입니다. 먼 미래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 가상의 학교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벌써 학교에서는 AI 교과서를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학교는 시대의 변화를 느리게 받아들이는 보수적인 공간인데도, 참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Schoolverse에 등장하는 학교도 정말 미래에 있을 법한 학교의 형태입니다.


여섯 번째 작품인 <러닝 타임>은 먼 미래 '스포츠 경기'의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동안 장애인 올림픽이나 스포츠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장애인 경기를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채로 육상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학생에게 라이벌 의식을 하는 또 다른 학생이 등장하는데요. 이 둘의 관계가 나중에 우정으로 발전하는 게 감동적입니다.


일곱 번째 작품은 <미수 장례>입니다. 먼 미래, 장례식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미수 장례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의 장례를 미리 치르는 장례인데요. 부모를 잃고 상처를 받은 소년이 할아버지를 용서하고, 할아버지의 미수 장례를 치루어 주는 내용이 들어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할아버지와 소년이 화해를 해서 다행이었지만, 역시 죽음을 다루는 작품은 저를 슬프게 만듭니다.


소향 작가님의 <모르페우스의 문>은 7작품 모두 빠질 것 없이 흥미롭습니다. 보통 단편 작품집을 읽으면, 어떤 작품은 좋고, 어떤 작품을 별로고 하는 호불호가 생기는 편인데요. 이 소설집은 전반적으로 모두 좋았습니다. SF 작품이면서 과학에 대해 너무 과도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도 좋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한국 소설 중에서 소향 작가님의 소설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이 소설집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이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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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키즈 Wow 그래픽노블
베티 C. 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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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 유학생'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오랫동안 영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미국 소재 학교 학위'가 가지는 '가치'가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서 어느 학교를 졸업했다라고 하면 보는 눈부터 달라집니다. 설령 대학이 아니라 초, 중, 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간 사람들, 혹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타고난 복이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 무대 속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하나 갖춘 셈이니까요.


그래서 보물창고에서 출간한 베티 C.탕의 <낙하산 키즈>를 읽기 전에는, 미국 조기유학생들에게 언제나 꽃길만 펼쳐져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제가 유학생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기유학생이라고 하면 집안이 부유하고, 걱정근심없이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제가 생각했던 조기유학생 이미지와 전혀 다른 아이들이 나오거든요.




이 책을 쓴 베티 C. 탕은 자신의 체험과 주변의 조기유학생들의 이야기를 섞어서 허구로 그래픽노블 <낙하산 키즈>를 창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의 유학생들도 <낙하산 키즈> 속 이야기와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조기유학이라는 게 참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낙하산 키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열 살 짜리 소녀인 '린 펑링'입니다. 가족들이 부르는 별칭은 '펑리'(중국어로 파인애플)인데, 파인애플 이미지처럼 밝고 솔직하고 통통 튀는 성격을 가진 소녀입니다. 이 책은 펑링이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을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펑링은 가족과 함께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까지는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이야기라 저도 마치 미국의 유명 관광지를 투어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펑링의 행복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 펑링과 언니, 오빠를 미국에 남겨두려 했거든요. 펑링 가족의 국적은 '대만'입니다. 펑링이 미국에 갔을 당시만 해도 대만의 국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 펑링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미국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펑링의 아빠만 대만으로 돌아가고, 펑링은 엄마, 언니, 오빠와 함께 미국에서 살게 됩니다. 펑링의 아빠는 대만에서 하던 일을 계속해야만 돈을 벌어서 유학비를 대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펑링은 '앤'이라는 미국 이름을 갖고 미국 학교에 등록을 하여 미국인들 속에서 지냅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공부를 따라가는 일도 어렵고, 친구들을 사귀는 일은 더더욱 힘이 듭니다. 이런 와중에 엄마는 대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비자가 만료되어 갱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린 삼남매는 부모님 없이 미국에서 지내게 됩니다.


다행히 린 삼남매에게는 그들을 돌볼 친척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만큼 의지가 되지는 않지요. 이런 상황 때문에 린 삼남매는 낙하산 키즈가 됩니다. 낙하산 키즈라는 말은 부모님이 있는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나 친척 집에 맡겨진 아시아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낙하산 키즈가 되었을 때 펑링의 언니는 겨우 열여섯, 오빠는 열 넷, 펑링은 열 살인, 아주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세 명의 아이들이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벌이는 고군부투가 <낙하산 키즈>의 줄거리입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펑링의 오빠, 그런 오빠와 자주 부딪히는 S.A.T 입시를 앞둔 언니,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늘 외톨이로 지내는 펑링. 각각 자신만의 문제를 떠안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각한 내용을 심각하고 어둡게 쓴 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고 유쾌합니다.


펑링의 오빠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고, 펑링의 언니가 사기꾼 때문에 1만 달러를 날리고, 펑링이 매장에서 장난감을 훔치는 일이 있었지만 이들은 곧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미국인들에게 마음을 닫지 않습니다. 저는 이 세 아이들이 이렇게 소소한 문제를 겪을 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낯선 타국에서 부모님도 없이 살아간다면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쉽게 놓지 않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어찌보면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가로막히는 상황이 많은데도, 이 아이들은 어떻게든 해결책을 내놓으려 합니다.


<낙하산 키즈>는 조기유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유학을 가본 적 없는 청소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자칫 고립되어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여 더욱 강해진 아이들의 모습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펑링처럼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곁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주변 환경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어서 삶의 용기를 잃어버린 분들께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쓴 후기입니다


#낙하산키즈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보물창고 #조기유학 #신간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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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심은경 지음 / 담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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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쓴 서평입니다.



생각해 보면 부족함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배고파야 먹을 것을 찾고, 부족함을 느껴야 채워야 할 것이 보인다. 오히려 부족함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고,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었다. 수시로 다가오는 어려움이 결국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늘도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간다.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62 p




저에게는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다고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후로 몇 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고, 사회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때 저는 늘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왜 낙오자가 되어버린걸까.' 이런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괴로워했습니다.


오늘도 심한 우울감에 빠져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조만간 읽어야지하고 책상 위에 놓아둔 심은경 작가님의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가 눈에 띄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보통 책을 읽을 때, 작가님의 화려한 프로필에 주눅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인생을 살아오셨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작가님의 소개에 들어있으니까요. 특히나 우울한 감정이 클 때 그런 책을 만나면 더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의 작가님도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프로필을 책 날개에 쓴 것은 아닐까하고 펼쳐보았습니다. 어학원, 독서학원, 그림책방, 1인출판사까지 운영하는 40대 CEO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영어 공부방으로 시작해 교습소와 작은영어도서관을 거쳐'라고 써 있는 문구가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공부방이나 교습소는 규모가 작은 자영업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해서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경영이니까요. 저 역시 주변에서 공부방, 교습소를 하는 분들을 종종 보았는데, 몇 년 안 되서 폐업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 크게 교육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학을 떼고 하지 않더라구요.


사업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업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자영업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작가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CEO까지 되셨는지 순수한 마음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사업체를 한 군데만 운영해도 힘이 드는데, 작가님은 사업을 몇 가지 하고 계시니 책을 읽기도 전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림책, 에세이집까지 출간하셨으니 정말 능력자 중의 능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작가님의 체험과 꾸밈없이 솔직한 느낌이 담겨있는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님은 제자들에게 '열정 제니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신다고 합니다. 저는 작가님을 직접 뵌 적이 없음에도, 작가님이 갖고 계신 열정, 긍정 마인드가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실업고를 거쳐 바로 취업을 했음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영어를 전공했습니다. 저는 비록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대학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하라고 말씀하실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가님처럼 열정적으로 살지 못한 게 부끄러웠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간 분입니다. 비록 처음 영어 강사로 출발할 때 좋은 영어유치원에 배정받지 못했어도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환경 탓을 하기 보다는 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고, 평판과 실력으로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분입니다. 그리고 제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영어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재미있게 가르칠지 고민을 했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는 저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언니를 따라 무작정 호주에 갔던 이야기,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님의 고민을 읽으면서 정말 작가님은 천상 '영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작가님과 같은 선생님을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만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영어 시간에는 교과서, 프린트물 본문만 달달 외우기만 했습니다. 만약 제가 학생 때 작가님같은 영어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지금쯤 영어를 무척 좋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성공적인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실패'하고 '상처'받은 일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씁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작은 도서관을 운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로 받은 상처들, 어학원의 원장이 되어 믿었던 강사들에게 받은 상처들 등. 저 같으면 그런 일을 겪고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에게 상처를 준 일과 사람들을 원망하며 저의 처지를 한탄했을 거예요. 


작가님은 오히려 이런 일들을 발판 삼아서 더 단단한 모습으로 발전을 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리지 않은 작가님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으로 아름다웠고, 저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교육업,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학부모,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선생님이란 어떤 선생님인지,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CEO는 마케팅, 경영 등 다방면에서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작가님이 해온 노력들이 무엇인지를 읽다보면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늘 생각하고, 제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밝은 긍정 에너지와 열정을 얻고 싶은 분들께 심은경 작가님의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를 추천합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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