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이 시리즈에서 84번째로 출간된 한정영 작가의 <소녀 저격수>를 구입하고 나서 '역시 미래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85번째는 어떤 소설이 출간될지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9월 초, 드디어 신간이 발표되었다!
제목은 <열일곱의 미리보기>. 베스트셀러 작가인 쿠로노 신이치가 지은 작품이다. 책을 받았을 때 표지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표지 속에는 풋풋한 10대 남학생과 여학생이 있는데, 둘은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무슨 사이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친구일까, 가족, 아니면 연인인가? 왜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이 소설은 정신과 의사인 '요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초반부에서 요코는 '의사 따위는 최악'이라는 10대 환자 미카를 치료하고 있다. 미카는 5개월 동안이나 학교를 가지 않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불쌍한 아이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준 높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그 학교에는 정치가, 변호사, 의사 자녀들이 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아이들 틈에서 경쟁을 하다보니 당연히 마음에 병이 든 것이다. 그래서 미카는 정신과 의사인 요코 역시 잘 사는 집안에서 쉽게 공부하여 의사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요코의 부모님은 대학 교수도, 의사도 아닌 공장의 파견 노동자였다. 게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중퇴한 경력까지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중퇴 후 남자친구인 유타로와 도쿄로 사랑의 도피를 갔다는 점이다. 요코는 이러한 자신의 과거를 미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요코는 중학교 시절부터 성적이 전교권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명문 사립고 진학을 포기한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우울증이 심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게다가 여동생인 유미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언니인 요코에게 체육복, 교복을 사달라고 하거나 마치 엄마처럼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요코는 한 마디로 정말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였다.
나는 요코가 이토록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나가고 공부를 잘했지만 수준이 낮은 공립고에 진학했음에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는 게 인상깊었다. 그리고 소꿉친구인 유타로가 비행 청소년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 연인 사이가 된 것도 멋있었다. 10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주변 환경이 좋지 않으면 위축되고, 비교하고, 우울해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과시하기 위해 쓸데없이 힘을 빼기도 한다.
하지만 요코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푼 이라도 더 모으려 했고, 비록 공부는 잘 하지 못해도 자신을 향한 마음이 한결같고 착한 유타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요코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할 수 없다. 결국 요코는 가족이라는 짐을 과감하게 버리고 유타로와 도쿄로 떠난다.
하지만 학력이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도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유타로는 계약직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지만, 고용이 불안한 위치이다.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짤려나가는 사람들은 바로 계약직이다. 이는 유타로와 요코의 삶이 앞으로 평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더 이상 줄거리를 쓴다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여기에서 마무리하겠다. 이 소설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다. 우리나라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이다. 공부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10대들의 현실, 가족이라는 굴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10대 여학생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성범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들어 있어서 읽는 내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이 소설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먹먹하다. 이 소설은 정말 슬프고, 아프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이어서 더욱 좋았다.
가족, 연애,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왜 나만 힘들게 사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어른 독자들 역시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자신의 삶을 한층 더 희망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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