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페우스의 문 상상초과
소향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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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 작가님의 신간 소설집 <모르페우스의 문>은 표지부터 강렬합니다. 커다란 날개가 달린 사람이 신전같은 곳에서 출구쪽을 향해 서 있습니다. 노을진 하늘 풍경이 얼핏 보이는데, 신비롭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날개 달린 사람도, 하늘 풍경만 보이는 바깥 풍경도 모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평범하지 않아요.


저는 이 표지를 보면서 '날개 달린 사람은 날개를 펼쳐서 어디로 날아가고 싶은 것일까?', '신전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물음을 던져 보았습니다. 이렇게 신비로운 표지는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상이 소설 속에 나올까,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향 작가님은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에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 지원과 발간 지원을 수혜했고, 과학과 역사, 예술이 어우러지는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입니다. <모르페우스의 문>에는 총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 단편소설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적은 양이지만 강렬하고 깊은 맛을 내는 에스프레소처럼, 짧은 시간에 깊은 감동을 주고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주는 단편소설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이 딱 에스프레소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개의 단편은 겹치는 내용 없이 모두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내용은 모두 다르지만 7편은 'SF 장르'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모두 먼 미래입니다. 맨 처음 수록된 단편 <모르페우스 문>은 '타임 루프 설정'이 들어가 있는데요. 후반부에 반전이 있습니다. 흔히 영화나 소설에서 타임 루프가 들어가면 타임 루프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타임 루프가 이루어진 원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타임 루프로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진진했고, 읽으면서 가해자가 더 심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폭력을 다루는 콘텐츠는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늘 저에게 분노를 일으킵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겠지요. 학생들이 이런 작품들을 보고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작품인 <1919, 너의 목소리>에는 먼 미래에 나올 법한 '발명품'이 등장합니다. 바로 원하는 소리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계인데요. 주인공이 이 기계를 얻고 나서 겪는 일이 조금 으스스하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의도치않게 1919년, 만세운동을 하던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되니까요. 만약 이런 기계가 있다면 저는 어떤 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싶을지,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달 아래 세 사람>입니다. 2021년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품집 <항체의 딜레마>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보통 '과학'이라고 하면 최첨단 기술이라고 생각할 뿐, '조선 시대'에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현대와 조선 시대를 오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습니다. 주인공과 홍 유생의 짧은 만남, 설렘, 추억이 들어 있는 소설입니다.


네 번째 작품은 <샴>인데 매우 짧습니다. 파격적인 소설이에요. 겨우 두 페이지 밖에 아니니까요. 이 소설은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었을 때, 그 죽은 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주인공이 마치 다중인격을 겪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다섯 번째 작품은 Schoolverse입니다. 먼 미래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 가상의 학교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벌써 학교에서는 AI 교과서를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학교는 시대의 변화를 느리게 받아들이는 보수적인 공간인데도, 참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Schoolverse에 등장하는 학교도 정말 미래에 있을 법한 학교의 형태입니다.


여섯 번째 작품인 <러닝 타임>은 먼 미래 '스포츠 경기'의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동안 장애인 올림픽이나 스포츠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장애인 경기를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채로 육상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학생에게 라이벌 의식을 하는 또 다른 학생이 등장하는데요. 이 둘의 관계가 나중에 우정으로 발전하는 게 감동적입니다.


일곱 번째 작품은 <미수 장례>입니다. 먼 미래, 장례식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미수 장례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의 장례를 미리 치르는 장례인데요. 부모를 잃고 상처를 받은 소년이 할아버지를 용서하고, 할아버지의 미수 장례를 치루어 주는 내용이 들어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할아버지와 소년이 화해를 해서 다행이었지만, 역시 죽음을 다루는 작품은 저를 슬프게 만듭니다.


소향 작가님의 <모르페우스의 문>은 7작품 모두 빠질 것 없이 흥미롭습니다. 보통 단편 작품집을 읽으면, 어떤 작품은 좋고, 어떤 작품을 별로고 하는 호불호가 생기는 편인데요. 이 소설집은 전반적으로 모두 좋았습니다. SF 작품이면서 과학에 대해 너무 과도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도 좋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한국 소설 중에서 소향 작가님의 소설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이 소설집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이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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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키즈 Wow 그래픽노블
베티 C. 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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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 유학생'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오랫동안 영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미국 소재 학교 학위'가 가지는 '가치'가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서 어느 학교를 졸업했다라고 하면 보는 눈부터 달라집니다. 설령 대학이 아니라 초, 중, 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간 사람들, 혹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타고난 복이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 무대 속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하나 갖춘 셈이니까요.


그래서 보물창고에서 출간한 베티 C.탕의 <낙하산 키즈>를 읽기 전에는, 미국 조기유학생들에게 언제나 꽃길만 펼쳐져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제가 유학생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기유학생이라고 하면 집안이 부유하고, 걱정근심없이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제가 생각했던 조기유학생 이미지와 전혀 다른 아이들이 나오거든요.




이 책을 쓴 베티 C. 탕은 자신의 체험과 주변의 조기유학생들의 이야기를 섞어서 허구로 그래픽노블 <낙하산 키즈>를 창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의 유학생들도 <낙하산 키즈> 속 이야기와 비슷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조기유학이라는 게 참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낙하산 키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열 살 짜리 소녀인 '린 펑링'입니다. 가족들이 부르는 별칭은 '펑리'(중국어로 파인애플)인데, 파인애플 이미지처럼 밝고 솔직하고 통통 튀는 성격을 가진 소녀입니다. 이 책은 펑링이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을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펑링은 가족과 함께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까지는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이야기라 저도 마치 미국의 유명 관광지를 투어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펑링의 행복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서 펑링과 언니, 오빠를 미국에 남겨두려 했거든요. 펑링 가족의 국적은 '대만'입니다. 펑링이 미국에 갔을 당시만 해도 대만의 국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 펑링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미국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펑링의 아빠만 대만으로 돌아가고, 펑링은 엄마, 언니, 오빠와 함께 미국에서 살게 됩니다. 펑링의 아빠는 대만에서 하던 일을 계속해야만 돈을 벌어서 유학비를 대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펑링은 '앤'이라는 미국 이름을 갖고 미국 학교에 등록을 하여 미국인들 속에서 지냅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공부를 따라가는 일도 어렵고, 친구들을 사귀는 일은 더더욱 힘이 듭니다. 이런 와중에 엄마는 대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비자가 만료되어 갱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린 삼남매는 부모님 없이 미국에서 지내게 됩니다.


다행히 린 삼남매에게는 그들을 돌볼 친척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만큼 의지가 되지는 않지요. 이런 상황 때문에 린 삼남매는 낙하산 키즈가 됩니다. 낙하산 키즈라는 말은 부모님이 있는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나 친척 집에 맡겨진 아시아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낙하산 키즈가 되었을 때 펑링의 언니는 겨우 열여섯, 오빠는 열 넷, 펑링은 열 살인, 아주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세 명의 아이들이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벌이는 고군부투가 <낙하산 키즈>의 줄거리입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펑링의 오빠, 그런 오빠와 자주 부딪히는 S.A.T 입시를 앞둔 언니,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늘 외톨이로 지내는 펑링. 각각 자신만의 문제를 떠안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각한 내용을 심각하고 어둡게 쓴 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고 유쾌합니다.


펑링의 오빠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고, 펑링의 언니가 사기꾼 때문에 1만 달러를 날리고, 펑링이 매장에서 장난감을 훔치는 일이 있었지만 이들은 곧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미국인들에게 마음을 닫지 않습니다. 저는 이 세 아이들이 이렇게 소소한 문제를 겪을 때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낯선 타국에서 부모님도 없이 살아간다면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쉽게 놓지 않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어찌보면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가로막히는 상황이 많은데도, 이 아이들은 어떻게든 해결책을 내놓으려 합니다.


<낙하산 키즈>는 조기유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유학을 가본 적 없는 청소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자칫 고립되어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여 더욱 강해진 아이들의 모습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펑링처럼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곁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주변 환경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어서 삶의 용기를 잃어버린 분들께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쓴 후기입니다


#낙하산키즈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보물창고 #조기유학 #신간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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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심은경 지음 / 담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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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쓴 서평입니다.



생각해 보면 부족함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배고파야 먹을 것을 찾고, 부족함을 느껴야 채워야 할 것이 보인다. 오히려 부족함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고,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었다. 수시로 다가오는 어려움이 결국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늘도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간다.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62 p




저에게는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다고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후로 몇 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고, 사회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때 저는 늘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왜 낙오자가 되어버린걸까.' 이런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괴로워했습니다.


오늘도 심한 우울감에 빠져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조만간 읽어야지하고 책상 위에 놓아둔 심은경 작가님의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가 눈에 띄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보통 책을 읽을 때, 작가님의 화려한 프로필에 주눅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인생을 살아오셨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작가님의 소개에 들어있으니까요. 특히나 우울한 감정이 클 때 그런 책을 만나면 더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의 작가님도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프로필을 책 날개에 쓴 것은 아닐까하고 펼쳐보았습니다. 어학원, 독서학원, 그림책방, 1인출판사까지 운영하는 40대 CEO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영어 공부방으로 시작해 교습소와 작은영어도서관을 거쳐'라고 써 있는 문구가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공부방이나 교습소는 규모가 작은 자영업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해서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경영이니까요. 저 역시 주변에서 공부방, 교습소를 하는 분들을 종종 보았는데, 몇 년 안 되서 폐업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 크게 교육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학을 떼고 하지 않더라구요.


사업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업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자영업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작가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CEO까지 되셨는지 순수한 마음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사업체를 한 군데만 운영해도 힘이 드는데, 작가님은 사업을 몇 가지 하고 계시니 책을 읽기도 전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림책, 에세이집까지 출간하셨으니 정말 능력자 중의 능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작가님의 체험과 꾸밈없이 솔직한 느낌이 담겨있는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님은 제자들에게 '열정 제니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신다고 합니다. 저는 작가님을 직접 뵌 적이 없음에도, 작가님이 갖고 계신 열정, 긍정 마인드가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실업고를 거쳐 바로 취업을 했음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영어를 전공했습니다. 저는 비록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대학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하라고 말씀하실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가님처럼 열정적으로 살지 못한 게 부끄러웠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간 분입니다. 비록 처음 영어 강사로 출발할 때 좋은 영어유치원에 배정받지 못했어도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환경 탓을 하기 보다는 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고, 평판과 실력으로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분입니다. 그리고 제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영어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영어를 더 재미있게 가르칠지 고민을 했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는 저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언니를 따라 무작정 호주에 갔던 이야기,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님의 고민을 읽으면서 정말 작가님은 천상 '영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작가님과 같은 선생님을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만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영어 시간에는 교과서, 프린트물 본문만 달달 외우기만 했습니다. 만약 제가 학생 때 작가님같은 영어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지금쯤 영어를 무척 좋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성공적인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실패'하고 '상처'받은 일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씁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작은 도서관을 운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로 받은 상처들, 어학원의 원장이 되어 믿었던 강사들에게 받은 상처들 등. 저 같으면 그런 일을 겪고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에게 상처를 준 일과 사람들을 원망하며 저의 처지를 한탄했을 거예요. 


작가님은 오히려 이런 일들을 발판 삼아서 더 단단한 모습으로 발전을 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리지 않은 작가님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참으로 아름다웠고, 저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교육업,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학부모,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선생님이란 어떤 선생님인지,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CEO는 마케팅, 경영 등 다방면에서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작가님이 해온 노력들이 무엇인지를 읽다보면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늘 생각하고, 제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밝은 긍정 에너지와 열정을 얻고 싶은 분들께 심은경 작가님의 <나는 시작하는 사람입니다>를 추천합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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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1 - 작은 올빼미와 숲을 지키자!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1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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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어린이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쓴 서평입니다.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시리즈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책 중의 하나입니다. 예쁜 소녀가 그려진 표지는 보통 여자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지요! 제가 가르치고 있는 여자 초등학생들도 거의 다 릴리를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릴리는 동물과 말을 하고, 식물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소녀입니다. 보통 동화 속 여자 주인공들은 예쁘고, 인기도 많은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시리즈의 릴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동화 속에는 릴리보다 더 예쁘고 인기 많은 여자 아이도 등장하고, 오히려 릴리는 평범한 축에 속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주인공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뭐든 완벽한 주인공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어른인 저도,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시리즈를 참 좋아한답니다.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시리즈가 벌써 11권이 출간되었는데요. 이번 11권에서는 릴리가 '작은 올빼미와 숲'을 지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릴리 시리즈를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조금만 내용을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스포가 되는 내용은 적지 않을테니, 꼭 직접 읽어보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릴리의 주변에는 동물들이 많습니다. 릴리가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먼저 릴리에게는 키우는 강아지 '본자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슈미트 귀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도 릴리와 친하게 지냅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의 주인은 릴리가 아닙니다. 예사야라는 릴리네 옆집 사는 남자아이가 이 고양이의 주인이에요.




저는 릴리가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동물들을 잘 통솔하는 역할을 해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슈미트 귀부인에게 당하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오히려 동물들이 고분고분 사람 말을 잘 듣는 게 이상한 거지요. 동물들은 동물들 만의 생각이 있으니까요. 이 동화에서는 이런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람과 소통이 된다 하더라도, 동물들이 갖고 있는 특성, 생활 양식은 따로 있는 것이고 쉽게 바꿀 수 없는 거니까요.


본자이와 슈마트 귀부인은 단순한 장난을 넘어서는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요. 바로 릴리의 체험학습에 몰래 따라온 것입니다. 릴리의 가방에 숨어서 말이에요. 하지만 릴리는 당황하지 않고, 체험핛브 내내 동물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어디가나 꼭 패거리를 만들어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못된 아이들이 있잖아요? 릴리의 반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글로리아라는 여학생인데요. 릴리가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동물들까지 데려왔다면서 시비를 겁니다. 릴리는 글로리아의 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박쥐의 힘을 빌려서 글로리아를 놀라게 하는 데 성공합니다.




여기까지 동화를 읽었을 땐, 올빼미가 언제 나오는거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제목이 '작은 올빼미와 숲을 지키자!'이니까요. 그런데 글로리아와의 사건이 끝난 후, 릴리가 작은 올빼미 '트루디'를 만나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트루디는 다리와 날개가 끈으로 묶인 채,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 동화는 바로 릴리가 이런 위험한 상황에 놓인 트루디를 구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구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트루디는 야생의 숲으로 돌아갈 능력이 없는 상태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동화에는 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 인간의 이기심까지도 잘 드러나 있어요. 이 점이 바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동화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느꼈던 여운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동화를 읽으면서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릴리의 마음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동화를 읽으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언제나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세상 #맘수다 #책세상맘수다카페 #동물과말하는아이릴리 #11작은올빼미와숲을지키자 #가람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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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의 대화의 기술 - 어느 누구와도 불편하지 않은 대화법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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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한석준 작가님은 KBS 29기 공채 아나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나운서란 '말'을 잘하는 직업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한석준의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원래 말하기에 소질이 있는 분이, 말 잘하는 비법을 쓴 책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이 책은 제가 생각했던 '말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작가님은 '말하기'와 '대화'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우선 설명합니다. 말하기가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면, 대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내편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말하기'와 '대화'를 비슷한 것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잘하면 당연히 대화도 잘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말을 잘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도 작가님은 '대화'를 잘 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대화의 기술을 이 책 한권에 담아낸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갑니다. 예전에 겉모습은 추레하지만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다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대화를 해보면 기분이 나쁘고,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과는 인연을 다시는 이어가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면 인간관계의 핵심은 '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한석준의 대화의 기술>은 '대화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한석준 작가님은 아나운서가 된 후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작가님은 대화란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감정을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대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힘'이라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아나운서처럼 말을 잘 하는 방법, 즉 스피치 노하우가 들어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대화'를 잘하는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전국민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거나, 혹은 상처를 받고 돌아서는 결정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대화법을 공부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좋은 대화의 핵심, 공감을 끌어내는 대화법, 신뢰감을 주는 대화, 내 편을 만드는 대화, 스몰토크 공식, 소통을 방해하는 말버릇 고치는 법 등이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비대면' 대화가 늘었는데, 이 책에서는 '비대면 시대에 슬기로운 의사소통을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나와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콜 포비아'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화를 내거나 따지는 전화만 왔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 게 늘 무서웠습니다. 작가님은 '콜 포비아도 걱정 없는 전화 예절'에 대한 내용까지 책에 담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내용을 읽으며 감동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워본 적 없는 적절한 전화 예절, 사적 관계에서의 전화 예절, 직장인을 위한 전화 예절, 카카오톡으로 소통의 달인이 되는 법이 친절하게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어느 것 하나 빠뜨릴 내용, 중복되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글도 술술 잘 읽힙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읽었지만, 출퇴근 길이나 쉬는 시간에 읽어도 충분히 머릿속에 잘 들어올 정도로 글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대화를 잘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가 생깁니다. 소통의 달인이 되는 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낌없이 그 노하우를 풀어놓은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평소 궁금했던 대화의 기술이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있고, 학원에서도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어서 좋았습니다. 화술에 대한 뜬구름잡는 '이론'이 아닌, 작가님이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은 대화 기술이어서 더욱 와닿았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이 'TIP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는 작가님의 대화 팁이 들어 있는데, '예시'까지 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 부분을 보여드릴게요.


1. 일상에서 대화 기회 만들기:

작은 대화로 소통 능력을 키우세요.


예) (택배기사님께)

"오늘도 배송 많으시죠?

고생 많으십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동료에게)

"요즘 야근이 많으시죠?

힘내세요. 우리 부서도 비슷해요."

<한석준의 대화의 기술> -226 p


이 책에는 위와 같은 팁이 총 13개 들어 있습니다.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가 있어서 무척 유용합니다. 저도 예전에 직장 동료와 엘리베이터에 우연히 단둘이 타게 되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민망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스몰 토크를 했더라면 제가 직장 동료에게 '대화'를 잘 하는 좋은 인상으로 남았겠지요.


누구나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내 말을 오해하기도 하고,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상대방을 원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의 대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자신의 대화법을 돌아보게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격려합니다.

작가님은 대화란 캐치볼과 같다고 이 책에서 썼는데요. 참으로 적합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캐치볼은 두 사람 간의 균형이 필요하지만, 때로 한 사람이 공을 잘 던지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뛰어난 캐치 실력이 있다면 그 공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도 성공적일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대화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면, 설령 상대방이 대화에 서툴더라도 충분히 멋진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참 멋집니다. 그리고 저도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과 더 나은 대화를 하기 위해 이 책으로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이 책은 10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특정 연령, 특정 성별, 특정 직업군의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닙니다. '대화'가 없이 사람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인간관계,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한석준의 대화의 기술>을 추천합니다.





인플루엔셜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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