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심리학 - 무례한 세상에서 단단하게 나를 지키는 50가지 심리 도구
에바 블로다레크 지음, 이상희 옮김 / 북라이프 / 2026년 10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가장 힘든 것은 그 순간에 들었던 말보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생각일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되짚다 보면 이미 끝난 일이 마음속에서 여러 번 반복됩니다. 저 역시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경험이 쌓이면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나를 지키는 일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심리학>을 읽으며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불편한 감정을 무조건 참거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는 관점이었습니다. 마음이 단단하다는 것은 상처를 받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상처받았을 때 자신을 어떻게 돌볼지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바 블로다레크 작가님은 독일에서 오랫동안 심리 상담을 해 온 심리학자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50가지 심리 도구를 소개합니다. 전문적인 심리학 이론을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독자가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구체적인 행동을 시도하도록 돕는 실용적인 교양 심리학 책입니다. 특히 거절과 과잉 공감, 자기 비난처럼 인간관계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문제들을 세분화해 다룬다는 점이 유용했습니다.

본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불행을 무조건 견디는 태도를 경계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티는 사람을 책임감 있고 성실하다고 평가하곤 합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불행한 상황을 지속하는 데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맞지 않는 직장이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반드시 의지의 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책임감과 경제적 조건, 주변의 기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떠나라는 조언보다 자신이 감당하는 고통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과거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일을 잘하는 방법보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타인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언제나 자신의 소통 방식이나 인내심 부족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만 심리학적 조언을 받아들일 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대응 방식을 바꾸는 일은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상대의 무례한 행동이나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문제를 개인의 태도에서 해결하려 한다면 부당한 상황을 겪은 사람에게 또 다른 책임을 지우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책에서 소개하는 도구들을 타인을 변화시키기 위한 기술보다 자신의 선택권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노력한 뒤에도 나아지지 않는 관계에서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심리학>은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거나 거절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 인간관계에서 감정적 소모를 자주 경험하는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50가지 방법을 모두 실천하려 애쓰기보다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몇 가지를 골라 적용해 보는 편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저에게는 특히 관계를 유지하는 책임이 언제나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제 마음이 보내는 불편함과 피로의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