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1 - 삼황오제 ㅣ 재미만만 동양고전
유중하 지음, 이상권 그림, 사마천 원작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기1 #삼황오제 #재미만만동양고전 #웅진주니어 #유중하 #사마천 #미자모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유독 역사 과목만 접하면 지루해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부모로서 어떤 방식으로 흥미를 이끌어주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곤 합니다. 교과서 속 딱딱하고 방대한 연표와 사건들을 무조건 암기시키기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생생한 삶과 이야기로 접근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지 찾아보다가 <재미만만 동양고전 사기 1권 삼황오제>를 먼저 펼쳐 들게 되었습니다. 과연 역사라면 일단 싫다고 거부하는 아이도 부담 없이 고전의 재미에 빠져들 수 있을지, 그 첫발을 떼어줄 수 있는 안내서가 될 수 있을지 차분히 살펴보았습니다.





저자인 유중하 작가님은 오랜 기간 연세대학교에서 중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전문 연구자로서, 아이들이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사마천의 원전을 흥미진진한 눈높이 동화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원작자는 유명한 사마천입니다.  승자의 역사에 가려진 수많은 인간 군상을 기전체라는 틀 속에 생생하게 되살려낸 통찰이 더해져,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삶의 지혜를 전하는 고전의 깊이를 온전히 전해줍니다. 복잡한 역사적 흐름과 인물들의 관계를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선에 맞춰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더없이 신뢰할 만한 역사 교양서의 성격을 띱니다.





책 속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요임금과 순임금을 거쳐 물길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곤과 우가 보여준 대조적인 태도를 다룬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곤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며 둑을 높이 쌓는 일에만 매달렸다가 거듭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그의 아들 우는 백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물길의 흐름을 살피며 마침내 치수에 성공합니다. 단순히 역사의 결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 속에서 원인을 성찰하고 방법을 바꾸어 나가는 인간의 선택이 어떻게 거대한 문명의 기틀이 되는지를 보여주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에게 역사의 벽을 조금이라도 낮춰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건네주었을 때, 처음에는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삼황오제의 신화 같은 이야기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생생한 삽화, 그리고 곤이 치수에 거듭 실패하는 극적인 장면들을 슬쩍 읽어보더니 생각보다 그림도 재미있고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며 호기심을 내비쳤습니다.  


다만 이 책은 삼황오제부터 하·은·주나라로 이어지는 고대 중국의 방대한 기틀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대사의 빠른 전개나 극적인 전쟁 서사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초반 도입부가 다소 신화적이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방대한 연대기와 낯선 인물들의 이름이 한꺼번에 등장할 때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도 있으므로, 옆에서 부모가 배경 이야기를 가볍게 짚어주는 다정한 독서 가이드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역사책에 지친 아이들이 고전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오게 만드는 훌륭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학교 성적을 위해 역사를 억지로 외워야 하는 초·중학생들뿐만 아니라, 아이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람을 읽는 눈을 기르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에게 적합합니다. 아이와 함께 거대한 황허강 유역에서 피어난 문명의 뿌리를 더듬어가며,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혜와 실패의 교훈을 따뜻한 대화로 나누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