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아빠
안드레스 추에카 세스테르 지음, 마리아 브렌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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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부모의 빈자리 속에서 아이가 느끼는 쓸쓸함과 그리움은 과연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이 동화는 시작됩니다. 늘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이라 믿는 어른들과, 당장 내 곁에서 함께 눈을 맞추며 머물러 주는 온기를 바라는 아이 사이의 간극은 현대 가정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춰줍니다. 과연 아이의 작은 거짓말이 불러온 아슬아슬한 해프닝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정한 관계의 본질은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초등학교 독서논술 강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본격적인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 앞서 <가짜 아빠>를 펼쳐 들었습니다. 이 책을 쓴 안드레스 추에카 세스테르 작가님은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라디오 진행자와 광고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외로움과 사회적 편견의 문제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쓰셨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열한 살 안나가 집 건너편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 이스마엘의 셔츠 문구에서 영감을 받아 충동적으로 내뱉은 거짓말이 예상치 못한 소동으로 확장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서 아빠가 ‘지옥의 천사’라고 말해 버린 안나는 진짜 아빠 행세를 부탁하며 이스마엘과 비밀스러운 연극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팔목에 새겨진 ‘나는 읽는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이름처럼 이스마엘이 단순한 노숙자가 아닌 깊은 내면을 지닌 존재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쟁 난민인 파티마의 사연이나 배타적인 어른들의 시선 속에서 이스마엘이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세워두고 살아가는 이웃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아이들과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성과 중심의 잣대나 바쁨이라는 핑계가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만드는지 종종 마주하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엉뚱한 거짓말이나 행동 뒤에는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마음의 신호가 숨어 있음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일상의 외로움을 보듬고, 주변의 낯선 타인들을 편견 없이 포용하는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동화는 가짜 아빠를 내세운 유쾌한 소동극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주거 불안정과 난민 문제, 소외 계층을 향한 사회적 배타성이라는 꽤 무거운 현실적 과제들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 독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단순한 해프닝의 재미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가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과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확장해 보는 비판적 독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회복과 공동체적 윤리를 따뜻한 감성으로 녹여내어 토론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더없이 훌륭한 텍스트가 되어 줍니다.


이 책은 교실과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통의 본질과 시민 의식을 깊이 있게 토론하고 싶은 현직 교사나 독서논술 지도자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동화이긴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곁의 낯선 이웃들과 손을 잡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존의 가치를 나누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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