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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브랜딩 - 타인의 마음속에 내 브랜드를 심는 법
에가미 다카오 지음, 최지현 옮김 / 김영사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속도를 다투는 시장에서 화려한 마케팅과 할인 공세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지속적인 애정을 붙잡아둘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이 책은 출발합니다. 트렌드에 편승해 반짝 매출을 올리다가도 금세 이탈하는 고객들을 보며,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브랜딩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회의감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소비자가 기꺼이 줄을 서서라도 찾게 되는 브랜드의 진짜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깊이 돌아보게 만듭니다. 저도 스타트업 대표로서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보니, 이 책의 내용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에가미 다카오 작가님은 30년 가까이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수많은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현장에서 지켜본 베테랑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눈앞의 매출을 쫓는 단기적 마케팅의 한계를 넘어, 기업과 상품에 지속 가능한 가치를 부여하는 장기적 관점의 브랜딩을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인문 경영서의 성격을 띱니다.

책 속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브랜딩을 단순한 로고나 시각적 요소의 구축이 아니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을 관리하는 일로 정의한 부분입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릴 때 작동하는 비보조 상기나 최초 상기의 개념처럼, 브랜드는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문화적 맥락과 결합할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에르메스의 가치가 문화적 토양이 다른 곳에서는 단순히 쓸 만한 물건에 그칠 수 있듯, 쓸모를 넘어선 서사와 희소성을 지닐 때 비로소 인간의 근원적 쾌락과 기쁨에 닿는다는 분석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저 역시 일상 속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접하며 기능적으로는 훌륭함에도 쉽게 마음이 가지 않는 제품들을 마주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은 뒤로는 그 이유가 바로 브랜드가 품은 고유한 존재 이유와 내러티브의 부재에 있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남들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파는 방식을 좇기보다,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본질에 집착하는 태도가 어떻게 소비자와의 단단한 유대를 만드는지 일상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효율성에 매몰되어 있던 비즈니스적 사고를 브랜드의 존재론적 가치라는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책은 화려한 마케팅 기법이나 즉각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실무적 매뉴얼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추상적이거나 돌아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광고 집행 노하우나 트렌드 대응 전략을 다루기보다는 기업의 철학과 존재 이유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실무 현장에서는 일정 부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와 효율만이 능사인 현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브랜드가 왜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지 그 철학적 토대를 단단히 다져준다는 점에서 사유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매출 상승을 위한 마케팅 기술을 찾는 이들보다는,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철학과 내러티브를 고민하는 기획자나 경영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도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제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에 대해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