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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뇌과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줄 메타인지 사고법 ㅣ 프린키피아 13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좌뇌형과 우뇌형, 도파민 중독, 세로토닌과 행복처럼 이제는 일상어가 된 표현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말을 들으면 막연히 과학적 근거가 있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험한 뇌과학>은 바로 그 익숙함을 의심하게 합니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뇌의 특정 부위나 신경전달물질 하나로 설명하는 순간, 복잡한 사람을 지나치게 간단한 공식으로 바꾸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알베르 무케베르는 인지신경과학 박사이자 임상심리학자로,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가르치고 병원에서 오랫동안 환자들을 치료해온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뇌과학을 공격하기보다는 과학이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신중하게 따지는 태도가 두드러집니다. <위험한 뇌과학> 역시 뇌를 부정하는 책이 아니라 뇌 하나로 인간 전체를 설명하려는 ‘뉴로마니아’를 경계하는 교양과학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뇌 영상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fMRI가 혈류의 변화를 통해 뇌 활동을 간접적으로 관찰한다는 점과, 그 자료의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알록달록하게 표시된 뇌 사진을 보면 마치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그대로 촬영된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었다는 사실과 ‘이 사람이 지금 무엇을 생각한다’는 해석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뇌 영상이 객관적인 과학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해석까지 객관적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 역시 평소 심리학이나 뇌과학 콘텐츠를 꽤 흥미롭게 봅니다. 특히 요즘에는 SNS를 조금만 보다 보면 ‘도파민이 망가진 뇌’, ‘이 행동을 하는 사람의 심리’, ‘당신의 뇌를 바꾸는 습관’ 같은 콘텐츠를 쉽게 만납니다. 짧고 명확해서 이해하기도 편합니다. 문제는 그런 설명에 익숙해질수록 사람까지 몇 개의 유형으로 빠르게 정리하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는 지식은 누군가를 빨리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판단을 조금 늦추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여럿이고 다중적이다’라는 장도 그런 생각과 이어졌습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구성 요소가 계속 바뀌는 존재의 정체성을 생각하다 보면 ‘진짜 나’를 뇌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은 뇌만으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몸의 상태, 지나온 경험, 주변 사람, 노동환경과 사회까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특히 모든 문제를 개인의 뇌와 마음가짐으로 설명하면 번아웃조차 노동환경의 문제에서 개인의 자기관리 실패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뇌과학>은 뇌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심리학, 자기계발, 성격 검사나 SNS의 과학 콘텐츠를 즐겨 보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읽고 나면 ‘도파민’, ‘신경가소성’, ‘편도체’ 같은 단어 하나로 사람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예전처럼 쉽게 넘겨보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뇌과학 정보를 불신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확인된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해석과 과장이 시작되는지 구별하는 태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