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숨결, 바람 - 생명과 세상을 움직이는 신비로운 바람의 여행 ㅣ 알아두면 똑똑해지는 어린이 지식그림책 2
올가 파데예바 지음, 추우진 옮김 / 뭉치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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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자연현상이 있습니다. 바람도 그중 하나입니다.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나뭇잎을 흔들고, 때로는 우산을 뒤집어 놓기도 하지만 막상 아이가 “바람은 어디에서 와?”라고 물으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구의 숨결, 바람>은 바로 이런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바람의 과학부터 자연과 생명, 역사와 인간의 생활까지 폭넓게 보여주는 어린이 지식그림책입니다.





저자 올가 파데예바는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회화·조각·건축 예술 대학에서 그래픽을 공부했으며 자연과 동물, 일상의 모습을 따뜻하고 독특한 그림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이 책에서도 글과 그림을 모두 맡아 바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풍성한 색채와 상상력으로 보여줍니다. 번역가 추우진은 서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다른 언어로 쓰인 좋은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그림책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10월 초는 다행히 쉬는 날이 꽤 길어서 중학교 1학년 아이와 초등학교 2학년 조카와 함께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두 아이의 나이 차이가 꽤 있는데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등 저학년에게는 그림을 따라가며 호기심을 키우는 과학 그림책이 되고, 조금 더 큰 아이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자연현상을 과학·역사·기술까지 연결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초2 조카는 처음 나오는 “바람은 어디에서 올까요?”라는 질문부터 재미있어했습니다. 산 사이에 거인이 숨어 힘껏 입김을 부는 것은 아닐까, 나무가 흔들려서 바람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들이 커다란 그림 속에 펼쳐집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곧바로 정답을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엉뚱한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이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 속 풍차와 산, 구름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했습니다.


중1 아이는 오히려 뒤로 갈수록 관심을 보였습니다.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계와 바람의 속도를 측정하는 풍속계, 바람자루 같은 도구가 등장하고, 바람의 힘을 실제 인간이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풍차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풍력발전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과학 교과서에서 각각의 지식으로 접했던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연결이라고 느꼈습니다. 바람이 기압 차이로 생긴다는 과학적 설명만 하고 끝나는 책이 아닙니다. 바람은 씨앗과 꽃가루를 이동시키고 철새의 여행을 돕습니다. 비행기의 이착륙에도 영향을 미치며, 인간은 바람을 이용해 범선을 움직이고 풍차를 돌렸습니다. 오늘날에는 풍력발전을 통해 전기까지 생산합니다. 하나의 자연현상이 생물과 지리, 역사, 과학기술로 계속 뻗어나갑니다.


그리고 그림의 힘도 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전형적인 과학 학습만화나 도감처럼 정보를 칸칸이 정리하기보다 페이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그림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친 붓 자국으로 표현한 나무와 들판은 정말 바람에 휩쓸리는 듯하고, 풍향계와 바람자루를 소개하는 장면에는 세계 여러 지역의 건축물까지 함께 그려져 있어 한참 들여다보게 됩니다. 풍차와 풍력발전기가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람의 힘을 인간이 오래전부터 이용해왔다’는 사실을 글보다 그림이 먼저 이해시켜 줍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느낌보다는 바람을 따라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과학 그림책인데도 미술책처럼 아름답고,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섞여 있어 읽을수록 영역이 넓어집니다. 마지막에는 지구를 넘어 태양계의 바람까지 시선을 확장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지구의 숨결, 바람>은 자연과 과학에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과학책의 빽빽한 설명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 그림책은 좋아하지만 지식책에는 흥미를 잘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 좋은 징검다리가 될 것 같습니다. 초등 저학년은 부모와 함께 그림과 질문을 중심으로 읽고, 초등 중·고학년은 과학 원리와 역사까지 스스로 읽어도 좋겠습니다. 중학생 역시 가볍게 읽으면서 여러 교과의 지식을 연결해보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아이들과 책을 덮고 나니 평범했던 바람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어린이 과학책은 어려운 지식을 많이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늘 보던 세상에 새로운 질문 하나를 만들어주는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구의 숨결, 바람>을 읽고 나면 밖에 나가 바람이 불 때 한 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이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또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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