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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모노 에디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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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를 다시 읽으며 전쟁의 거대한 비극보다 오히려 그 안에서 너무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님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전선에서 구급차 운전병으로 복무했고 실제로 중상을 입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소설은 단순히 허구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 점이 좋습니다. 저는 전쟁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전투와 영웅, 거대한 역사적 사건부터 떠올렸는데, <무기여 잘 있거라>는 정반대입니다. 전쟁 한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농담하고 사랑에 빠지고, 오늘 저녁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전쟁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에는 끝이 없다”는 취지로 이어지는 대화가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산 하나를 점령하고 다른 도시를 차지한다고 정말 전쟁이 끝나는가, 한쪽이 싸움을 그만두어도 상대가 계속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역사책에서 쉽게 사용하는 ‘승리’라는 말의 허망함이 드러납니다. 지도에서는 전선이 몇 킬로미터 이동하고 어느 도시가 함락되었다고 기록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사람이 죽고 다치고 삶의 기반을 잃습니다. 헤밍웨이에게 전쟁은 영웅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무대가 아니라, 개인이 어떻게 해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폭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레더릭이 점점 국가나 명예 같은 추상적인 말을 믿지 않게 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릴 때 역사를 배울 때는 전쟁을 승패와 연도 중심으로 기억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가 이겼고 어느 조약을 맺었는지를 외우면 사건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전쟁사를 읽으면서 오히려 이름 없이 사라진 개인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도 제가 오래 바라보게 된 것은 거대한 전황보다 병원 침대에서 농담하는 군인,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사,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라도 함께 있으려는 두 사람입니다. 특히 사진 속 의사와 병사의 대화처럼 죽음 가까이에서도 사람들은 외모를 농담하고 치료법을 묻습니다. 인간은 참 이상해서, 세계가 무너지고 있는 순간에도 일상을 계속합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전쟁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전쟁이 평범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투 장면 자체보다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전쟁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린책들에서 이번에 화려한 표지나 내지 없이 모노 에디션으로 출간한 이번 세계문학 시리즈는 책값도 다른 세계문학전집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부담없는 책값, 그렇지만 앞으로 평생 옆에 두고 볼 명작이어서 이 책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