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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인공지능이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이영환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9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제목만 보면 익숙한 인생론처럼 보이지만, 책을 펼치면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줍니다. 30년 넘게 ‘합리적 인간’을 연구해 온 경제학자 이영환 교수가 인공지능에게 ‘스피리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 타인, 세계와의 관계를 묻습니다. 인간을 연구해 온 학자가 인간이 아닌 존재와 대화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찾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AI를 자주 활용하기 때문에 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AI가 등장한 뒤 흔히 듣는 질문은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어떻게 할까?”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꿉니다. 인간과 AI가 지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지능과 의식은 같은 것인가를 묻습니다. 저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마지막 근거를 지능이 아니라 의식에서 찾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계산 능력과 방대한 지식을 갖춘 AI라도 한 인간이 자신의 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주관적 경험까지 대신 살아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철학의 오래된 ‘마음-몸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부터 현대의 물리주의까지 인간의 의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오랫동안 철학의 난제였습니다. 책에서도 바로 이 문제를 다루면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넘어 인간의 고유성을 의식에서 찾으려 합니다. 특히 인간의 몸이 약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그렇다면 그 몸을 나라고 느끼는 나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대목은 단순한 AI 담론보다 훨씬 근원적인 문제로 독자를 끌고 갑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것은 AI 자체보다 ‘AI와 어떻게 대화하는가’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책 속 스피리티는 자신이 질문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하수인이 될 수도 있고, 반대 논리를 제시하며 생각을 확장시키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는 꽤 현실적인 통찰이 있습니다. 실제로 AI를 사용하다 보면 질문의 수준과 전제가 답변의 방향을 상당 부분 결정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답을 빨리 얻는 기술만이 아니라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물으며, 돌아온 답을 다시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책에서 강조하는 ‘나만의 세계관’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웠습니다. 세계관이라고 하면 거창한 철학 체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이 좋은 삶인지, 돈과 성공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전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문제는 그것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사회가 제공한 기준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단순히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을 파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어떤 가치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라는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1부 마지막에 등장하는 “나를 알아야 비로소 삶이 보인다”는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자기 인식은 단순한 자기계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기 위한 전제일 수 있습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판단을 대신해주는 시대에는 오히려 이것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의식은 인간만의 영역이며 복제될 수 없다’는 책의 주장까지 완전히 결론 난 문제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의식의 본질 자체가 여전히 철학과 뇌과학에서 풀리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저는 그 미해결 상태 때문에 이 책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AI에 관한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AI라는 낯선 거울을 인간 앞에 세워놓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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