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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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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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2>는 1권에서 어렵게 다시 만난 이재이와 윤소인의 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후반부입니다.  조정래 작가님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처럼 거대한 역사와 사회를 다뤄온 작가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시선을 두 사람에게 돌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고, 내가 가진 능력으로도 그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 없다는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서리꽃 2>는 그 무력감 속에서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일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특히 장흥에서 윤소인의 회복을 바라며 절을 찾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재이는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순간에는 합장하고 절하며 완쾌를 빕니다. 저는 이 대목을 단순히 종교적 믿음의 문제로 읽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정말 간절해지면 자신이 평소 믿어온 이성적인 세계의 바깥까지 손을 뻗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하고도 할 일이 남지 않았을 때, 결국 기도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평소에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 앞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책 후반의 파리와 암스테르담, 반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재이와 윤소인의 인연 자체가 시와 그림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두 사람이 처음 사랑을 느꼈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읽혔습니다. 반 고흐가 생전에 누리지 못한 명성과 행복이 사후에는 거대한 문화상품이 되어 있다는 장면도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반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오지만, 정작 그 그림을 만든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가난과 고독 속에 있었습니다. 예술의 영원성과 인간 생명의 유한성이 가장 선명하게 대비되는 장소에서 두 사람의 사랑 역시 끝을 향한다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윤소인이 자신의 행복이 오래갈 수 없어서 오히려 불행하다고 울먹이는 장면이 오래 남았습니다. 행복은 흔히 오래 지속되어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은 반대의 질문을 던집니다. 짧더라도 완전히 행복했던 시간이 있다면 그 삶은 불행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저도 살면서 사람과 관계를 맺고 헤어지는 경험을 거치면서, 어떤 관계의 가치를 오직 ‘끝까지 유지되었는가’로 판단하는 것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끝났다는 사실이 그 시절의 진심까지 없애지는 않습니다. 서리꽃이 추운 날 잠깐 피었다 사라지듯, 사라진다고 해서 피어났던 순간마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목이 마지막에 와서야 제대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리꽃 2>는 저에게 단순한 연애소설로 남지 않고, 먹먹한 명작으로 남았습니다. 요즘처럼 관계를 효율과 조건의 언어로 판단하기 쉬운 시대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의 좋은 시절만 함께 누리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불안까지 같이 견디는 일이라는 이야기가 조금 고전적이면서도 오히려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빠른 사건 전개나 자극적인 로맨스를 원하는 독자보다는 오래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상실 이후에도 남는 마음, 예술과 삶의 유한성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덮고 사랑의 완성이 반드시 ‘오래 함께 사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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