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의 기술 - 한국 추리소설 작가 5인이 말하는
김이환 외 지음 / 알파미디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게이고 #추리의기술 #한국추리소설작가 #입문서 #한국추리소설작가5인이말하는히가시노게이고추리의기술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의 기술>은 저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국내 출간작을 거의 빠짐없이 읽어온 독자에게는 조금 특별한 책입니다. 처음 작품을 접하는 독자를 위한 단순 입문서라기보다, 이미 여러 작품을 읽은 사람이 “그래서 나는 왜 이 작가를 이렇게 오래 읽어왔을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복습이자 해설서라고 해야할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를 오래 읽다 보면 워낙 다작이라 작품마다 인상이 제각각입니다. 어떤 책은 정교한 본격 미스터리고, 어떤 책은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또 어떤 작품은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따뜻한 판타지입니다. 저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범인이 누구인지 맞히기 위해 읽는 작가라기보다, 범행이 일어난 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보기 위해 읽는 작가였습니다.





이 책은 김이환 작가님, 박상민 작가님, 전건우 작가님, 정명섭 작가님, 조동신 작가님 등 한국의 추리·장르소설 작가 다섯 명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각자의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문학평론집과 결이 조금 다릅니다.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본 사람들이 플롯과 캐릭터, 장르의 관습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 작품이 왜 잘 읽히는가”, “이 설정이 왜 효과적인가” 같은 창작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갈릴레오 시리즈와 가가 형사 시리즈를 비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유카와 마나부가 비논리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과정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탐정이라면, 가가 교이치로는 사건의 진상 못지않게 그 사건에 얽힌 인간의 감정과 동기를 끈질기게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같은 ‘탐정 역할’인데도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선명해집니다.





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비밀>, <방황하는 칼날>처럼 인간의 감정이 사건의 구조와 깊게 얽힌 작품들을 특히 오래 기억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수학적이고 정교한 트릭 때문에 유명하지만, 책을 덮은 뒤 남는 것은 결국 이시가미가 선택한 ‘헌신’의 무서운 형태입니다. <백야행> 역시 단순히 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어린 시절의 사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빛과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기록된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작가는 기록이라는 것의 교활함에 도전한다’는 취지의 분석도 인상 깊었습니다. 미스터리는 사실을 밝혀내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좋은 미스터리는 오히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좋은 작품은 범인을 밝히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부터 생각이 시작됩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이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학적 트릭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붕괴와 죄책감을 다루고,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파고들며, 어느 순간에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삶을 계속 살아갈 이유를 묻는 이야기도 씁니다. 저처럼 그의 작품을 오래 읽어온 독자라면 이 변화 자체가 꽤 흥미롭습니다. 초기의 히가시노와 중기의 히가시노, 후기의 히가시노는 분명 결이 다른데도 묘하게 같은 작가라는 느낌이 남습니다. 아마 그것은 트릭보다 인간을 놓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의 기술>은 두 종류의 독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몇 권 읽었지만 워낙 작품이 많아 무엇을 더 읽어야 할지 막막한 독자에게는 좋은 작품 안내서가 되고, 저처럼 이미 그의 작품을 상당수 읽은 독자에게는 작품 세계를 다시 분류하고 해석하는 재미를 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다른 작가의 눈으로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지점이 보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벌써 몇 권을 다시 꺼내 읽고 싶어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