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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 김상근 교수가 전하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
김상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8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이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읽은 적이 있어서 이야기의 큰 줄거리와 주요 장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핫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도 이미 영화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수많은 유혹과 실패, 괴물과의 대결, 그리고 텔레마코스의 성장까지 익숙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김상근 교수의 <오디세이>를 펼칠 때는 새로운 줄거리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고전을 어떻게 다시 읽게 해줄까’가 더 궁금했습니다.

저자 김상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리스·로마 고전부터 르네상스와 예술사까지 폭넓은 인문학 강의와 저술을 이어온 학자입니다. 방송과 대중 강연을 통해 고전을 어렵지 않게 풀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학술적인 지식을 과시하기보다, 고전 속 장면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과 연결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이 책은 직업과 진로, 부모로부터의 독립, 사랑과 배신, 실패, 유혹, 가난, 불공평한 사회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먼저 던지고 그 질문에 대응하는 장면을 원전에서 끌어옵니다. 이미 원전을 읽은 저에게는 이 방식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이나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같은 유명한 장면들이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절제와 선택, 책임의 문제로 다시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디세우스의 실패를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때로는 휘브리스, 즉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에게 자신감과 추진력을 요구하지만, 지나친 확신이 얼마나 쉽게 자기파괴로 이어지는지는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를 이긴 뒤 굳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이후의 재앙을 자초하는 장면은 그래서 꽤 현대적으로 읽혔습니다. 실력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실력을 어디에서 멈추고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니까요.

반대로 세이렌의 장면에서는 인간의 약함을 인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지혜가 됩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무작정 믿지 않고 몸을 돛대에 묶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다시 보면서 절제란 강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때로는 애초에 실패하지 않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능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멸의 영광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유한한 삶을 선택하는 오디세우스를 바라보면서, 성공이 반드시 더 멀리 가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 내가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인지 아는 일도 중요합니다.
원전을 읽고 난 뒤라서 오히려 이 책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미 아는 장면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신화를 현재의 삶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보다 그 안에 반복되는 인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끌어낸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오디세이아> 자체의 풍부한 서사와 시적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려면 결국 원전도 함께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디세이아>를 읽어보고 싶지만 고전이라는 이름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분, 이미 원전을 읽었지만 다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로나 관계, 실패와 선택 앞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청년은 물론 중년 독자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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