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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 이광웅 변호사의 법률에세이
이광웅 지음 / JH Press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가끔 법이 정말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법은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명예훼손처럼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가 충돌하는 법을 볼 때면, 제도가 과연 힘없는 개인에게도 같은 무게로 작동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라는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예전에 민법을 공부한 적이 있어서 법률 문장이나 권리·의무의 기본 구조가 아주 낯설지는 않습니다. 공부할 때의 법은 상당히 논리적이었습니다. 요건이 있고, 그 요건에 해당하면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는 그 사이에 사람이 들어갑니다. 판사, 검사, 수사관, 변호사, 심의위원 등이 사실을 해석하고 증거를 판단합니다. 바로 그 순간 교과서 속 법과 현실의 법 사이에 간극이 생깁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그 지점이었습니다. 저자는 같은 증거라도 법관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수사기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사건 자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법은 수사를 의무로 적었지만 현실은 수사관의 재량”이라는 문제의식은 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법에 어떤 권리가 적혀 있다는 것과 그 권리를 현실에서 실제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도 이런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증거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조사 과정에서 특정한 인상이 굳어져 사건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학교폭력 심의처럼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절차에서도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한 판단이 나타납니다. 읽다 보면 “억울하면 법대로 하면 되지”라는 말이 얼마나 순진한 문장인지 깨닫게 됩니다. 법대로 하기 위해서조차 상당한 지식과 기록,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의 핵심을 ‘법을 믿지 말라’가 아니라 법이 자동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믿지 말라는 경고로 읽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권리는 행사해야 현실의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중요한 내용은 구두로 끝내지 않고 서면으로 남기고, 불송치 이유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행동수칙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사건의 당사자가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찰서나 법원에 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막상 사건이 생기면 전문가나 기관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이 큰 영역일수록 당사자가 질문하고 기록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조금 피곤한 결론이지만 현실적입니다. 법 앞에서도 결국 “알아서 잘해주시겠지” 모드는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책의 모든 주장에 무조건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건에는 책에 담기지 않은 사실관계가 있을 수 있고, 특정 판결이나 수사를 평가할 때는 반대쪽 논리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보여주는 ‘절차를 모르는 개인이 얼마나 쉽게 수동적인 위치에 놓일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는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법학 이론을 배우려는 사람보다 실제 생활에서 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은 사람, 경찰 조사나 민·형사 사건이 막연히 두려운 사람,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 등으로 행정·심의 절차를 마주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법을 공부해본 사람에게도 교과서 속 법과 현실의 집행 사이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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