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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이 조금 멈칫했습니다. 저는 종종 아주 먼 미래의 제 모습을 상상합니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들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자연스럽게 ‘나는 어디에서 죽게 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가능하다면 저는 익숙한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병원의 밝은 형광등 아래보다 제가 오래 사용한 물건과 책, 익숙한 냄새가 있는 공간에서 조용히 생을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를 읽으며 그 소망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죽는다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돌봄, 가족, 행정, 경제적 준비가 모두 연결된 문제였습니다.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가정형 호스피스 이야기가 특히 오래 남았습니다. 말기 환자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세 딸의 돌봄을 받으며 세상을 떠났지만, 자택 사망이라는 이유로 유족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는 대목입니다. 가족에게는 오래 준비한 마지막 작별이었는데, 제도가 그 죽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평온했던 순간이 혼란으로 바뀝니다. 죽음을 어디에서 맞을 것인가라는 개인의 선택도 결국 사회의 제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책을 누군가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읽었다기보다 제 죽음에 대해 한번 제대로 생각해보고 싶어서 읽었습니다. 막연히 ‘가능하면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어떤 상태까지 치료를 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치료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좋은 점은 죽음을 감상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장기요양서비스, 치매 돌봄, 국민연금과 주택연금, 건강보험, 복지용구처럼 매우 현실적인 문제까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결국 좋은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죽는 순간만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이전의 긴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건강이 나빠졌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 경제적으로 얼마나 자립할 수 있을지, 가족에게 어디까지 부탁하고 싶은지까지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독일과 한국의 제도를 비교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느 나라의 제도가 완벽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가 어디까지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죽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 같지만 실제로는 사회복지와 의료, 행정 시스템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나니 예전보다 죽음이 덜 추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직 제가 어떤 노년을 살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조용히 떠날 수도 있고, 오랜 돌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는 인생도 드문데 죽음이라고 얌전히 계획표를 따라줄 리는 없겠지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가능한 한 제 삶의 선택권을 가지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지낼지, 어떤 치료를 받을지, 누구와 함께 있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을 애써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조금씩 준비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는 이상하게도 읽고 나면 삶을 더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마지막은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짐을 남기지 않고, 제 뜻을 가능한 한 지킨 채 조용히 떠나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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