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시 필사 나는 쓴다 - 시니어를 위한 하루 10분 마음정리 예쁜글씨 교정! 나는 쓴다
한용운 지음 / 비타민북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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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용운 시 필사 나는 쓴다>는 처음 펼쳤을 때부터 ‘쓰기 편하게 만든 책’이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무엇보다 글자가 크고 여백이 넉넉해서 시를 읽을 때 눈이 편합니다. 한쪽에는 한용운의 시가 크게 실려 있고, 맞은편에는 직접 따라 쓸 수 있도록 줄이 마련되어 있어 필사의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진으로 첨부한 것처럼 <인과율>, <진주>, <사랑의 존재>와 같은 한 편의 시를 먼저 천천히 읽고 바로 옆 페이지에 자신의 손글씨로 옮겨 적을 수 있습니다. 사철 제본이라 책이 잘 펼쳐지는 것도 필사책으로서는 꽤 큰 장점입니다. 필사는 멋진 문장을 수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책을 자꾸 누르며 씨름해야 하면 금세 귀찮아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사소한 불편을 많이 줄였습니다.







제가 필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글씨 연습을 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책을 읽을 때는 문장을 눈으로 빠르게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직접 손으로 쓰면 한 문장을 오래 붙잡게 됩니다. 단어의 순서와 문장의 리듬까지 다시 생각하게 되고,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표현도 새롭게 보입니다. 특히 시는 짧은 문장 안에 의미가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필사와 잘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서 <인과율>의 “참 맹세를 깨치고 가는 이별은 옛 맹세로 돌아올 줄을 압니다” 같은 구절도 그냥 읽었을 때와 한 글자씩 손으로 적을 때의 감각이 다릅니다. 글을 쓰는 동안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그 느림 속에서 시의 의미를 제 방식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글을 빠르게 소비하는 생활에서는 이런 시간이 오히려 작은 휴식처럼 느껴집니다.







한용운의 시가 필사에 특히 잘 어울린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입니다. 목차가 ‘임을 향한 노래’, ‘그리움’, ‘불꽃’, ‘보내는 마음’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자유가 계속 서로 맞물립니다. 한용운의 시에서 ‘님’은 단순한 연인 한 사람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잃어버린 자유일 수도 있고, 이상이나 생명, 민족처럼 더 큰 대상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님의 침묵>, <이별은 미의 창조>, <나룻배와 행인>처럼 익숙한 작품도 나이가 들고 삶의 경험이 쌓인 뒤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사랑의 존재>에서도 사랑은 단순히 달콤한 감정이 아니라 눈물과 상처, 기다림을 통과하며 존재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한용운 특유의 역설적인 표현 때문에 한 문장을 적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만남을 위해 이별을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시니어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선 큰 글씨라 시력이 예전 같지 않은 분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한 편의 분량도 길지 않아 하루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어도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필사는 손을 움직이고 문장을 읽고 의미를 생각하는 일을 동시에 하게 합니다. 꼭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 한 편씩 시를 읽고 몇 줄을 적으면서 오늘 마음에 남은 문장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글씨를 단정하게 쓰는 연습이 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시간이 생깁니다. 특히 한용운의 시에는 젊은 시절의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고 기다리는 마음, 떠난 것을 보내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가 담겨 있어서 삶의 시간이 쌓인 독자일수록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용운 시 필사 나는 쓴다>의 가장 좋은 점은 필사를 거창한 자기계발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글씨를 완벽하게 써야 할 필요도 없고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끝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시를 펼쳐 한 줄씩 써도 충분합니다. 저 역시 직접 몇 편을 써보면서 필사는 결국 ‘잘 쓰는 일’보다 ‘천천히 읽는 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으로만 읽었다면 금세 지나갔을 문장이 손끝을 거치면서 제 생각과 기억에 조금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사랑과 이별, 자유와 희망을 오래 생각해온 한용운의 시를 큰 글씨로 편안하게 읽고, 자신의 손글씨로 다시 남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좋은 필사책입니다.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 잠시 속도를 늦추고 한 줄의 시를 내 손으로 적어보고 싶은 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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