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 재밌었어 - 몰입은 있고 과로는 없는 하루
브리 그로프 지음, 이도(김태준)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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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 재밌었어>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회사를 힘들어했던 이유가 단순히 일이 많아서만은 아니었구나’였습니다. 일 자체가 힘들어도 동료와의 관계가 편안하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버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업무량이 많지 않아도 매 순간 눈치를 봐야 하고, 사소한 행동까지 평가받으며, 조직의 암묵적인 규칙을 끊임없이 추측해야 한다면 하루가 유난히 길어집니다. 그래서 브리 그로프 작가님이 말하는 ‘일의 재미’는 단순히 회사에서 웃고 떠드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읽혔습니다. 일할 때 불필요하게 자신을 방어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꺼내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과 힘든 일을 모두 경험했지만, 결국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업무의 난이도보다 ‘그 일을 어떤 분위기에서 했는가’였습니다.





브리 그로프 작가님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다뤄온 조직 혁신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오늘 일, 재밌었어>에는 막연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식의 조언보다 실제 조직을 관찰하며 얻은 현실적인 기준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당신의 영향력은 충분하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은 꼭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작은 영향력이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이 좋았던 이유는 직장에서 영향력을 지나치게 직급이나 권한과 연결해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 분위기를 불필요하게 험악하게 만들지 않는 일, 후배의 질문에 성의 있게 답하는 일 역시 조직문화의 일부를 만듭니다. 반대로 상사의 짜증 한 번, 비꼬는 말 한마디도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조직문화라는 거창한 단어의 실체가 결국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행동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좋은 동료들과 함께라면 힘든 일도 달라진다’는 부분입니다. 본문에서는 고객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내부 이해관계자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짧은 시간에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습 등이 좋은 팀의 특징으로 제시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내용을 읽으며 좋은 팀의 핵심은 결국 ‘심리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가 적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기분을 살피고, 말 한마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계산하고, 책임이 어디로 넘어올지 신경 쓰느라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면 정작 일에 쓸 집중력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서로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 팀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누구 잘못인가’보다 ‘어떻게 해결할까’를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조직은 구성원을 늘 긴장시키는 곳이 아니라, 쓸데없는 긴장을 줄여주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험상 사람을 몰아붙이면 잠깐 속도는 올라갈 수 있어도, 오래 가면 결국 사람부터 망가집니다. 


특히 ‘아끼는 마음을 담아 해고하라’와 ‘세 가지 팀 의식을 도입하라’는 부분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을 무조건 감싸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숫자나 부품처럼 다루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작가님은 성과 향상 계획을 제시하고, 충분한 기회를 주며, 필요하다면 그 사람에게 더 맞는 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여기서 ‘다정함과 기준은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을 읽었습니다. 조직에서 흔히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합니다. 친절하면 관리가 느슨해지고, 엄격하면 인간적인 배려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리더십은 오히려 기대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주면서 사람의 존엄은 훼손하지 않는 방식에 가까울 것입니다. 회의 전후의 작은 의식이나 팀만의 반복되는 습관을 만드는 제안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장치들은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구성원에게 ‘나는 이곳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줍니다. 결국 사람은 월급만 받고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와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존재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앞으로 조직에 속해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제 일을 직접 만들어가는 방식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 책을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 회사를 떠난다고 해서 ‘일하는 방식’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업을 하더라도 협업자를 만나고, 외주를 맡기고, 고객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때 내가 싫어했던 조직문화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 기준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를 위해 사람을 갈아 넣지 않을 것, 의미 없는 회의를 만들지 않을 것, 일이 없는 시간까지 억지로 채우지 않을 것, 사람의 차이를 곧바로 결점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일만 잘하는 삶보다 삶 전체를 잘 살아가는 쪽을 선택할 것. <오늘 일, 재밌었어>는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뿐 아니라 앞으로 자기만의 조직이나 사업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합니다. ‘재미있게 일한다’는 말이 조금 가벼워 보여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오히려 꽤 엄격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존중하면서 성과까지 내야 하니까요. 쉬운 길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앞으로 하루를 끝내면서 “오늘도 버텼다”보다는 “오늘 일은 제법 재미있었네”라고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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