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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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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낮은 소리를 듣게 된 고등학교 교사 클레어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냉장고나 환풍기 같은 기계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원을 끄고 집 안을 뒤져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잠을 자지 못하고 두통과 코피까지 겪지만 남편과 딸, 의사와 동료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클레어가 겪는 고통은 결국 소리 자체보다도 자신의 감각과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데서 더 커집니다.

캐나다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조던 태너힐 작가님은 실제로 캐나다 윈저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만 들었다고 알려진 정체불명의 소음 ‘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습니다. 희곡으로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두 차례 받은 작가답게 장면의 긴장감과 대화의 리듬이 생생합니다. 클레어가 소리를 찾아 집 안을 헤매거나, 자신과 같은 소리를 듣는 학생 카일을 만나는 장면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처럼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을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클레어는 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엔진, 비행기, 진동 같은 여러 비유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히 말해도 상대가 경험하지 못한 감각은 쉽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며 비슷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말이나 행동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사람을 조금씩 마모시킵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면 “그 정도가 그렇게 힘든 일이냐”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문제는 사건 하나가 아니라 누적된 분위기와 반복되는 긴장인데, 그것을 말로 증명해야 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제가 예민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클레어가 자신과 같은 소리를 듣는 카일을 만났을 때 느낀 안도감이 이해되었습니다. 문제를 당장 해결한 것도 아니고 소리의 정체를 알아낸 것도 아니지만, “나도 듣는다”는 한마디만으로 클레어는 투명인간에서 다시 존재하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기에서 따뜻한 연대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온라인 게시판과 지역 모임을 통해 서로를 찾아내고, 각자 나름의 설명을 만들어갑니다. 데이먼이 지역 공공장소에 포스터를 붙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장면은, 고립된 개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고통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음모론을 단순히 어리석은 사람들의 믿음으로 조롱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설명을 필요로 하고,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원합니다. 현실에서 배제된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의미와 소속감을 주는 이야기에 강하게 끌릴 수 있습니다. 공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확신과 결합하면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 서늘했습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명쾌하게 판정해주는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진실을 어떻게 선택하고, 누구의 경험을 믿으며, 같은 설명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세계를 만들어가는지를 묻습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정체불명의 소리가 아닙니다. 타인의 감각을 너무 쉽게 부정하는 사회와,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해 잘못된 확신에까지 매달리게 되는 인간의 외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