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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호스트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평점 :


공유 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대개 평점과 후기다. 사진이 깔끔하고 이용자들의 평가가 좋으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집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안심하게 된다. 나 역시 숙소를 예약할 때 호스트가 누구인지보다 후기 숫자와 별점부터 살펴본다. <슈퍼호스트>는 우리가 그렇게 별 의심 없이 맡겨온 신뢰를 뒤집어, 익숙한 휴식 공간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으로 바꾸는 소설이다.

박희종 작가님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익명 커뮤니티처럼 현대인의 일상에 가까운 소재를 범죄와 인간 심리의 문제로 확장해온 분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스테이’의 인기 숙소 ‘스테이 나른’을 무대로 삼는다. 이름만 보면 조용히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지만, 이도윤이 숙소에서 핏자국처럼 보이는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호스트가 친절하게 보낸 메시지조차 배려인지 감시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문 하나와 작은 소리에도 불안해진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인물들을 소개하면, 도윤과 은재는 대학 시절부터 줄곧 장기연애를 해온 사이이다. 하지만 작은 오해로 헤어지게 되는데, 그럼에도 도윤과 은재는 서로를 잊지 못한 채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도윤은 살인 현장으로 의심되는 스테이 나른에 은재가 갔다는 소식을 알게 되고, 다급하게 은재의 행방을 쫓는다. 그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이 완벽한 남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대목 덕분에 은재를 찾는 일이 단순한 스릴러의 임무가 아니라, 끝났다고 생각했던 관계에 남아 있는 책임과 미련의 문제로 읽혔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도윤과 은재,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라졌던 현수, 그리고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준비해온 준영의 관계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독자는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쉽게 확신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제목의 ‘호스트’와 ‘게스트’ 역시 단순히 숙소를 빌려주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누가 판을 만들고, 누가 그 안에 초대되었으며, 누가 익명의 관객에게 타인의 고통을 제공하는지를 계속 뒤집어 묻는다.
다크웹 살인 생중계라는 설정도 자극적인 장치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화면 너머에 숨어 타인의 불행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지만, 조회하고 반응하고 소비함으로써 폭력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끔찍한 사건을 기사 제목과 짧은 영상으로 소비한 뒤 곧바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소설 속 익명의 관객들이 완전히 낯선 괴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특별히 잔혹한 한 사람이 아니라, 구경을 하고 싶은 익명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호스트>는 낯선 숙소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이면서, 우리가 평점과 시스템을 얼마나 쉽게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숙소의 숨겨진 카메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의 과거와 죄책감, 그리고 익명 뒤에 숨은 구경꾼의 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숙소에 들어가면 비상구보다 먼저 침대 밑을 볼 것 같다. 오랜만에 꽤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계속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어서 이 소설을 읽는동안 드라마를 한 편도 시청하지 않았다. 반전이 많고 예측을 뒤엎는 소설이기 때문에 스릴러 마니아 독자들에게 큰 만족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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