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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
민이언 지음 / 미드나잇인 / 2026년 3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붉은 노을>은 학교와 청춘, 후회와 기억을 한데 묶어낸 소설입니다. 민이언 작가님은 대학에서 한문학을, 대학원에서 중문학을 공부했으며 니체와 프루스트를 비롯한 철학과 문학의 언어를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이자 편집자입니다. <니체, 강자의 철학>, <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등 철학서를 써온 이력이 있는 만큼, 이 소설 역시 사건만 빠르게 전개하기보다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시 해석합니다. 특히 이문세와 빅뱅의 노래 ‘붉은 노을’을 서로 다른 세대를 이어주는 장치로 삼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학창 시절의 한 장면을 씁니다.

하열아는 본래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학생입니다. 그는 액션배우를 꿈꾸며 운동에 몰두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하고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갑니다. 훗날 학생들에게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허망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에는 성공담을 미화하지 않는 씁쓸함이 있습니다. 공부가 쉬웠던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붙들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낯선 지역으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학생들과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나, 버스를 놓칠 뻔한 설희와 함께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은 교육의 공식적인 면은 아닙니다. 원칙만 놓고 보면 교사는 규율을 관리해야 하지만, 소설 속 교사는 학생의 불안과 외로움까지 살펴야 하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수업 내용을 정확히 설명해 준 교사보다, 특정한 순간에 내 표정이나 마음을 알아봐 준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의 맛이 과거 전체를 불러오듯, 이 작품에서는 ‘붉은 노을’이라는 노래가 기억을 불러옵니다. 이 소설의 하열아는 작가님이 과거에 하지 못했던 선택을 대신 실행하는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붉은 노을>은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를 통해 그때의 자신에게 다가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붉은 노을>은 학창 시절을 단순히 반짝이는 추억으로만 기억하지 않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철학적 언급과 회상이 많아 사건 중심의 빠른 소설을 기대한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