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평점 :
#위험예찬 #인문학 #철학 #추천도서 #미자모

<위험 예찬>을 쓴 안 뒤푸르망텔 작가님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 철학적 사유와 실제 상담 사례, 문학 작품을 함께 엮어 인간이 두려움과 욕망을 어떻게 다루는지 탐구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도 제목을 보고 오해를 하면 안됩니다. 위험을 무턱대고 감수하라고 부추기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안전만을 좇느라 삶의 감각까지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한 삶이 과연 살아 있는 삶인지 묻는 책입니다.

저는 원래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고, 사람에게 상처받을 가능성도 미리 줄여두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먼저 손익을 따지고, 최악의 경우를 예상한 뒤에야 움직이는 편입니다. 이런 태도는 분명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오래 계산하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마음이 끌리는 일을 애써 현실적이지 않다고 밀어낸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의 순간은 다른 시간을 연다”는 관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위험은 사고나 파국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과거의 반복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없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한 내담자는 깊은 물과 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공간에 끌립니다. 작가님은 두려움을 사랑한다는 것이 공포를 즐긴다는 뜻이 아니라, 그 감정이 삶을 완전히 막아버리지 않도록 곁에 두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두려움이 늘 퇴각 신호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정말 피해야 할 위험을 알려주지만, 때로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곳의 입구에서 발생하는 긴장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겁이 나느냐가 아니라, 그 두려움이 나를 보호하는지 아니면 삶을 지나치게 축소하는지를 구분하는 일일 것입니다.

사랑과 관계를 위험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룬 부분도 공감되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면 오해와 실망, 거절과 상실의 가능성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깊이 관계 맺지 않는 편이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안전은 연결되지 않는 삶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관계에서 실망한 뒤 마음을 덜 주면 덜 아플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상처는 줄었지만 기쁨도 함께 줄었습니다. 이 책은 의존을 무조건 나약함으로 보지 않고,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인간적인 조건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무분별한 희생이나 해로운 관계까지 견디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끝난 관계를 놓아주는 결별 역시 하나의 위험한 결단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위험 예찬>은 빠르게 답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철학과 정신분석, 신화와 문학, 내담자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가므로 모든 문장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독서가 막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을 지나치게 안전하게 관리하느라 무기력해진 사람, 새로운 선택 앞에서 계속 계산만 하고 있는 사람, 사랑과 이별, 고독과 불안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래 남는 책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무모해지라는 권유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 점검하라는 질문으로 읽혔습니다. 삶에는 피해야 할 위험도 분명 있지만, 끝내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겁이 없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겁이 나는데도 삶 쪽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아마 작가님이 말하는 위험은 그런 용기에 가까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