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
사랑좋아해적단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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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이 끝난 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상대보다 자기 자신일 때가 있습니다. 분명 상처를 받았고,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한동안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계속 되짚게 됩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조금만 달랐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정말 나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같은 질문은 이미 끝난 관계를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상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는 그런 관계의 잔해를 예쁘게 정리해 주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집착, 환상, 가스라이팅, 희망 고문과 비참함을 꽤 노골적인 언어로 들춰냅니다. 제목부터 다정한 위로보다는 너도 대충 알고 있었잖아라고 정곡을 찌릅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웃기기도 했고, 뜨끔하기도 했으며, 어떤 대목에서는 과거의 제 모습을 들킨 것처럼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사랑의 실패가 단순히 나쁜 사람을 만난 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분명 무책임하고 잔인했더라도, 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그 사람을 믿고 싶어 했던 나의 환상도 함께 작동합니다. 책 속 문장처럼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자기최면이 끝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저는 이 표현이 꽤 아프면서도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오랜 관계의 마지막에 상대에게서 사람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오래 만나 질렸다는 말은 관계를 끝내는 설명이라기보다 상대의 미성숙함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떠넘긴 폭력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에는 분노보다도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것 같았고, 내가 알던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 맞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은 제 가치에 대한 판정문이 아니었습니다. 관계를 품위 있게 끝낼 능력이 없었던 사람이 자기 욕망을 정당화하려고 내뱉은 조악한 변명에 가까웠습니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태도를 선택했는가였습니다. 관계가 끝날 수는 있습니다. 마음도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존엄까지 짓밟아야만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깝지 않습니다.

 

이 책은 리머런스라는 개념을 통해 상대를 실제 인물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 숭배하는 심리도 이야기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상대를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이야기 속 인물로 편집해 바라보곤 합니다. 그 사람이 보내온 다정한 메시지 하나는 과대평가하고, 반복되는 무례함과 회피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축소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미 답이 나온 관계인데도, 머릿속에서는 아직 서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지에 관한 부분은 현실적인 관계의 잔인함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책임 있는 관계를 선택하지도 않는 태도는 상대를 가장 오래 묶어둡니다.

 

이 책의 장점은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고 성장적인 감정으로 포장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불안과 소유욕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상대가 떠날까 두려워 감시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기 기준을 낮추며, 사랑받기 위해 계속 증명하려 들기도 합니다. 그런 감정도 사랑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는 우리가 부끄러워서 숨겼던 감정을 대놓고 말해 줍니다. 쓰레기인 줄 알면서도 다시 연락하고 싶은 마음, 나를 버린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상대가 망하기를 바라면서도 행복했던 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숨기지 않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늘 논리적이지 않으며, 사랑이 끝났다고 애착까지 동시에 종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모순을 인정해야 비로소 자기혐오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사랑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다만 사랑을 이유로 자신까지 버리지는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망한 사랑을 골랐던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는 무엇을 고르느냐입니다. 이제 저는 더 현명한 사랑을 선택하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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